초록
이 논문은 1950년대를 중심으로 간행된 문예지를 통해 전후 문학 장이 형성되고 변모하는 과정을 살핀다. 단독정부 수립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문인들은 새로운 시대에 맞는 문학을 창조해야 한다는 계몽적 욕구를 강하게 드러냈다. 당시 문인들은 개인 활동보다는 집단 활동을 중시하였고, 집단적 문학 활동의 구심점이 된 문예지는 전후 문학 장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일익을 담당하였다.
문학 장은 문학 담론들 간의 상징투쟁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 논문은 전후 문학 장을 형성했던 문예지 매체이념의 성격과 그 사이에서 이루어졌던 상징투쟁의 양상을 살핀다. 이를 통해 정적이고 고정적인 것처럼 논의되어 왔던 전후 문학의 특성을 동적인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1950년대 문학과 1960년대 문학을 단절적인 것으로 여기던 기존의 시각을 극복할 수 있다.
전후 문학 장이 형성되기 위한 외적 전제로 한국전쟁과 해방기의 의미를 확정하는 것이 필요했다. 한국전쟁과 해방의 의미를 고정시킴으로써 민족문학론, 반공주의, 실존주의가 전후 문학 장에서 중요한 담론으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조건이 마련되었다. 이 세 담론은 각 문예지들의 매체이념 간에 벌어졌던 상징투쟁의 구심점이 되었다.
민족문학론은 매체이념 표명의 내적 근간이었다. ‘민족문학’이라는 기호는 매체들마다 그 함의가 다르게 해석되었다. 민족문학에 대한 정의내리기는 순수문학을 옹호하는 측과 참여문학을 옹호하는 측의 가장 중요한 상징투쟁 형태였다.
반공주의는 매체이념이 성립되는 외적 전제로 기능했다. 반공주의는 전쟁 이후에 그 체계가 확립되었지만 해방기부터 완성된 형태로 존재했던 것처럼 소급되었다. 반공주의는 문예지를 중심으로 한 문인 집단이 자신의 정당성과 존립 이유를 강조하는 근거가 되었다.
실존주의는 매체이념간의 논쟁에 이론적 근거를 마련해주었다. 실존주의는 한국전쟁 이후 철학적 이론의 진공상태에 있던 한국문학에 급속도로 유입되었다. 초기에 자의적으로 이루어진 관련 기호의 재해석을 통해 매체이념 간의 논점이 마련될 수 있었다.
매체이념은 외부적으로 다른 문예지의 매체이념과 투쟁을 벌인다. 그러나 문예지 내부에서도 끊임없이 매체이념에 대한 도전이 일어난다. 신인 등단 제도의 마련, 실천 비평의 저술, 수록 작품의 창작은 매체이념을 재생산하거나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매체이념은 그 추상성과 한계를 드러내고, 변화의 계기를 맞게 된다.
매체이념은 외부적인 투쟁과 내재적 도전으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이로 인해 문학 장은 역동적인 체제를 유지하게 된다. 1960년대 문학의 새로움은 1950년대 문학의 동적인 에너지들로 인해 가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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