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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립식 보리수 나무 : 조하형 장편소설 (17회 대출)

자료유형
단행본
개인저자
조하형 , 1970-.
서명 / 저자사항
조립식 보리수 나무 : 조하형 장편소설 / 지은이: 조하형.
발행사항
서울 :   문학과지성사 ,   2008.  
형태사항
362 p. ; 22 cm.
ISBN
9788932018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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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소장처 청구기호 등록번호 도서상태 반납예정일 예약 서비스
No. 1 소장처 중앙도서관/제3자료실(4층)/ 청구기호 897.37 조하형 조 등록번호 111497633 (9회 대출) 도서상태 대출가능 반납예정일 예약 서비스 B M
No. 2 소장처 중앙도서관/제3자료실(4층)/ 청구기호 897.37 조하형 조 등록번호 111497634 (3회 대출) 도서상태 대출가능 반납예정일 예약 서비스 B M
No. 3 소장처 세종학술정보원/인문자료실2(2층)/ 청구기호 897.37 조하형 조 등록번호 151264010 (5회 대출) 도서상태 대출가능 반납예정일 예약 서비스 B 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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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2 소장처 중앙도서관/제3자료실(4층)/ 청구기호 897.37 조하형 조 등록번호 111497634 (3회 대출) 도서상태 대출가능 반납예정일 예약 서비스 B M
No. 소장처 청구기호 등록번호 도서상태 반납예정일 예약 서비스
No. 1 소장처 세종학술정보원/인문자료실2(2층)/ 청구기호 897.37 조하형 조 등록번호 151264010 (5회 대출) 도서상태 대출가능 반납예정일 예약 서비스 B M ?

컨텐츠정보

줄거리

1부 짝수 장
강원도 양양에서 산불이 일어난다. 산림청 산림연구사 김희영은 알 수 없는 감정에 휘말려 ‘산불진압요원’으로 지원을 한다. 하지만 불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결국 김희영은 낙산사에 이르게 된다. 낙산사 수목장숲 관리인 박인호는 김희영과 함께 서둘러 낙산사를 정리하고 불을 막아보려하지만 결국 낙산사는 불타버린다. 한편 김희영의 연인인 재난 시뮬레이터 이철민은 이 산불에서 세상의 파국을 예감하고 이 재난의 파국을 확인하기 위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한다.
산맥을 따라 번지는 산불을 뒤쫓아 아래로아래로 내려가던 김희영은 이 산불이 재난을 넘어선 절망의 수준임을 깨닫게 된다. 타오르는 산을 바라보며 그녀는 유방암 때문에 한쪽 가슴 잃은 경험을 떠올린다. 그리고 이 절망의 의미에 대해서 집착하게 된다. 낙산사를 잃고 떠돌던 박인호 역시 과거 반 토막이 나 자살한 옛 연인에 대한 죄채감의 구멍을 메우기 위해, 그리고 복구할 수 없는 예정된 미래 앞에서 절망하지 않기 위해 낙산사의 의미를 쫓는다. 그러나 낙산사는 없다.
자신에게 찾아왔던 재난의 의미를 생각하던 김희영은 연인인 이철민의 도움을 받아 진리의 지도 격인 『화엄일승법계도』를 해석한다. ‘재난의 미래, 세계의 끝’을 시뮬레이션하던 그녀는 ‘재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재난 속으로 걸어들어가야 한다’는 결론을 얻고 부산까지 치달은 산불을 쫓아간다. 낙산사의 의미, 낙산사 소실의 의미, 재난의 의미를 추적하며 괴로워하던 세 남녀는 그 어렴풋한 실체를 깨닫게 되고, 김희영은 재난을 극복하는 한 방법으로 죽음을 택한다.

2부 홀수 장
그리고 모래의 재난이 온다. 마카오 창녀였던 김영희는 다시는 돌아보고 싶지 않던 한국으로 돌아온다. 낙산사 수목장숲에 있는 ‘사촌언니-소나무’를 보기 위해 강릉으로 향하던 그녀는 모래의 재난 속에 갇힌다. 쏟아지는 모래-빗속에는 화재에서 살아남은 이철민과 박인호도 있다. 이철민은 김희영을 잃은 슬픔으로 절망의 시간을 보내고 있고, 낙산사-폐허로 돌아온 박인호는 낙산사는 어디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갖은 채 수목장숲 관리인을 하고 있다. 모래-비를 통해 모든 것이 파묻히고 다시 떠돌아다니게 된 박인호와 이철민은 이재민 대피소에서 만나게 된다. 과거의 기억(이철민의 아내와 박인호의 애인은 같은 현장의 사고로 사망했다.)을 외면한 채 함께 생활하지만, 곧 자신들이 낙산사를 찾고 있었음을 이해하게 된다. 한편, ‘이동 도시Walking City’에 머물고 있던 김영희는 그 어느 곳에도 자신이 찾고 있는 것이 없음을 알고 그 곳을 벗어나 배회한다. 금지된 폐허 도시에서 만나는 박인호와 김영희. 그들의 ‘이상한 동거’는 그들이 찾고 있는 것에 대해 실마리를 제공하지만 김영희의 실종으로 그 동거가 끝이 나면서 결론을 내지 못한다. 한편 사막을 떠돌아다니던 이철민은 부처의 고행과 같이 스스로의 절망을 극복하는 방법을 찾게 된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게 된 세 남녀. 그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자신들 앞의 미래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게되고 김영희는 자신의 몸으로 새로운 의미에 낙산사를 재현한다.


정보제공 : Aladin

책소개

2004년 ‘제3회 문학 판 신인작가 장편소설 공모’로 문단에 데뷔한 조하형의 두번째 장편소설. 등단작이자 첫 장편소설인 <키메라의 아침>으로 치밀한 상상과 디지털 방식의 글쓰기라는, 내용과 형식의 파격으로 비상한 주목을 받았던 조하형은 이 작품에서 더 치밀해진 구성과 이야기 전개를 선보인다.

4년 만에 발표되는 조하형의 두번째 메타-재난-시뮬레이션 <조립식 보리수나무>는 ‘새롭기 위한 새로움’이나 ‘일회성 이벤트 식의 새로움’과는 거리가 먼 ‘장인정신’이 돋보이는 글쓰기다. 기괴하고 비틀린 ‘미래의 재난’ 풀어놓는 ‘문장의 힘’과 ‘수사의 풍부함’은 장르를 넘나드는 독서와 상상의 힘으로부터 기인한다. 게다가 그의 상상은 소재주의에 머물지 않고 구조로까지 확장된다.

1장 짝수 장, 1장 홀수 장이라는 독특한 구성 속에서 시간은 교묘하게 갈라지고 반복되며, 왜곡된다. 이 시간의 ‘링반데룽’(등산 용어로 곧바로 오르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원을 그리며 같은 곳을 돌고 있는 현상을 뜻하는 독일어)은 이 소설이 얼마나 치밀하게 계산되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책은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것과 같이 지금이 아닌 미래의 어느 지점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럼으로써 소설은 현재 지금·여기의 삶과 직접적 연관성을 버리며 서사-몸의 공간을 자유롭게 비행한다. 그러나 이 허구적 서사는 삶에 대한 통찰로부터 시작된다. ‘삶에 대한 통찰’을 확보함으로써 ‘상상력의 서사는 소설이라는 장르적 전통의 영역’ 안에 안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불과 모래의 재난,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미래가 온다
조하형 두번째 장편소설 『조립식 보리수나무』


2004년 ‘제3회 문학 판 신인작가 장편소설 공모’로 문단에 데뷔한 이래 새로운 서사의 도래라는 평과 함께 평단의 기대를 받아온 조하형의 두번째 장편소설 『조립식 보리수나무』(문학과지성사, 2008)가 출간되었다. 등단작이자 첫 장편소설인 『키메라의 아침』(2004)으로 치밀한 상상과 디지털 방식의 글쓰기라는, 내용과 형식의 파격으로 비상한 주목을 받았던 조하형은 두번째 장편소설 『조립식 보리수나무』로 더 치밀해진 구성과 이야기 전개를 선보이며 진가를 입증할 것이다.

90년대 소설에 대한 전복_새로운 서사
‘90년대의 소설’들은 영역을 좀더 사적이고, 내면적인 방향으로 이끌면서 ‘80년대 소설’들의 역사성과 공동체적 삶과 차별을 두었다. ‘역사’는 ‘개인의 기억’으로 ‘선언’은 ‘고백’으로 변화하면서 지극히 개인적인 서사-몸을 가지게 된 소설은 그러나, 여전히 ‘현재의 삶’에 대한 구체화이며, 이를 통한 서사 구성과 전개라는 점에서 서사-몸의 변화로 보기보다는 시각의 변화로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서 소설은 비로소 몸을 바꾸기 시작한다. 평론가 이광호는 이 새로운 소설들에 대해서 “거대 서사/미시적 일상성이라는 80년대 90년대의 이분법을 가로지르며, 탈역사적이며 동시에 탈일상적인 서사공간을 만들어”낸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젊은 소설가들에게 역사적 사실이나 개인의 삶에 대한 치밀한 의식은 더 이상 매력적인 소재가 아닌 듯하다. 그들은 새로운 것을 찾아 해매이며, ‘우리는 다르다’는 것을 입증한다. 하지만, ‘새롭다’라는 말이 의례적인 인사말처럼 되버린 요즘 ‘새로운 것’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한 것 또한 사실이다.

‘미친, 새로운 세계’에 대한 ‘새로움’
4년 만에 발표되는 조하형의 두번째 메타-재난-시뮬레이션 『조립식 보리수나무』는 근래 젊은 작가들의 소설과는 분명히 다르다. 이는 ‘새롭기 위한 새로움’이나 ‘일회성 이벤트 식의 새로움’과는 거리가 먼 ‘장인정신’이 돋보이는 글쓰기에서 기인한다. 기괴하고 비틀린 ‘미래의 재난’ 풀어놓는 ‘문장의 힘’과 ‘수사의 풍부함’은 장르를 넘나드는 독서와 상상의 힘으로부터 기인한다. 게다가 그의 상상은 소재주의에 머물지 않고 구조로까지 확장된다. 1장 짝수 장, 1장 홀수 장이라는 독특한 구성 속에서 시간은 교묘하게 갈라지고 반복되며, 왜곡된다. 이 시간의 ‘링반데룽’(등산 용어로 곧바로 오르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원을 그리며 같은 곳을 돌고 있는 현상을 뜻하는 독일어)은 이 소설이 얼마나 치밀하게 계산되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조립식 보리수나무』는 전작 『키메라의 아침』에서 보여주었던 것과 같이 지금이 아닌 미래의 어느 지점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럼으로써 소설은 현재 지금·여기의 삶과 직접적 연관성을 버리며 서사-몸의 공간을 자유롭게 비행한다. 그러나 이 허구적 서사는 삶에 대한 통찰로부터 시작된다. ‘삶에 대한 통찰’을 확보함으로써 ‘상상력의 서사는 소설이라는 장르적 전통의 영역’ 안에 안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평론가 김예림은 이러한 허구적 상상력을 과학적 상상력이라 정의하고 조하형의 소설 속에서 이 상상력은 “구체적인 ‘역사’ 만들기에 복무한다”고 말한다. 상상력이 “역사를 구성한다는 것은[……]다른 차원의 비판적 성찰적 시선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현재를 변형함으로써 “현재-현실를 문제화”하고 어떤 미래를 전망하는가 또는 어떤 미래를 통해 현재를 되비추는가"에 대한 문제인 것이다.

미래의 시간 그리고 불과 모래의 재난이 온다!
짝수 장, 홀수 장이라는 다소 모호한 장 구분으로 시작되는 『조립식 보리수나무』는 재난의 발생으로부터 시작한다. 불의 재난으로 시작되는 ‘짝수 장’과 모래의 재난으로 시작되는 ‘홀수 장’의 시작은 파국적 결말의 예감들로 가득 차 있다. 그 재난은 몽상적이거나, 비현실적이 아니다. ‘강릉’ ‘부산’ ‘남대천’ 등의 새로 구획된 신도시에 불과 모래가 온다. 이 신도시의 재난은 미래적이면서 현실적이다.


……그리고, 불이 온다.
강원도 양양군(襄陽郡) 농업단지, 구(舊)화일리 산불이 발생한 시간은, 5월의 첫날 밤이었다. 전국 도처에서 솟아오른 불길이, 어둠을 찢어내고 있었는데, 건조주의보에 강풍주의보까지 겹친, 동해안 관광단지의 화세(火勢)가 가장 강했다.
김희영은 신(新)강릉 재난상황실에서 데이터 마이닝을 하다가, 양양행을 자청했다. 산림연구사의 주 업무는, 지형과 식생 및 대기상황을 분석해, 산불의 속도와 경로를 예측하는 일이었다. 불길이 잡히면, 발화 원인을 포함, 생태학적 변화를 조사하는 일도 중요했다. 하지만, 늙었거나 아프거나 미친 주민들을 대피시키는 일이 더 급했다.
고온 건조한 대기는 재난의 원소들로 점철되어 있었다. 어두운 데다가, 순간최대풍속은 초당 15미터, 방어적 진화 작업조차 힘든 상황에서, 산불은 대지진이 뒤틀어놓은 능선을 따라, 거침없이 내달리고 있었다. 구화일리 주민들은 대부분, 포마토pomato 같은 환금작물을 재배하는 노인들로, 처음에는 전쟁이 일어난 것으로 오인했다. 몇 개의 사이렌 소리가 엇갈리는 호(弧)를 그리며 정적을 쪼갰다. 강제로 깨워진 사람들은, 붉게 일렁거리는 스카이라인과 마주쳤다. 호 형태로 찢긴 어둠의 상처들이 빠른 속도로, 환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불의 폭음에 쫓기고 있었기 때문에, 집 주변에, 물 한 바가지 뿌릴 여유조차 없었다. 손에 잡히는 대로 아무거나, 가재도구들을 옮겨 실은 개량 경운기나 골격을 따라 형광 테이프가 부착된 트랙터들이, 이 지방 특유의 복잡한 단층선을 따라, 고치를 째고 나오는 벌레의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먼저 짝수 장은 산림청 산림연구사인 김희영으로부터 시작된다. 절망의 기억을 떠올리며 산불 방재팀에 자원한 김희영은 이 재난의 진압을 위해 애쓴다. 그러나 그녀의 노력에도, 불의 재난은 산맥을 따라 이동하며, 산속 모든 것을 휩쓸어버리고 낙산사를 태운다. 낙산사에는 “거대한 물마루 같은” 사내 수목장숲지기 박인호가 있다. 박인호는 전직 문화재복구사로 옛애인의 자살에 따른 죄책감을 지우기 위하여 수목장지기가 된 남자다.


김희영은 여전히, 홍련암 끄트머리에서, 물마루가 붕괴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파두(波頭)는 몸체보다 빠른 속도로 튀어나가다가, 휘어지며, 하얗게 부서졌다. 무너지는 것들 속에는, 위안을 주는 친근감이 있었다.
─`대피하셔야 돼요.
김희영이 뒤돌아보았을 때, 그곳에는 무너지기 직전의 거대한 물마루 같은 사내가 서 있었다. 절벽과 잘 어울리는, 박인호였다. 수목장숲은 낙산사와 산림청이 공동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그들은 몇 차례 만난 적이 있었다.
─`바다가 있는데 뭐가 걱정인가요?
김희영의 목소리가 강한 바람에 흩날렸다. 한 치수 큰 방화복 점퍼가 불길처럼 펄럭거려서, 그녀는 한 그루, 불타는 나무처럼 보였다.
─`수목장숲이 타고 있어요. 바다와는 상관없는 일이죠.
박인호는 바람막이가 되어, 김희영이 내려오는 걸 도와주었다. 박인호가 앞장서고, 김희영이 바짝 뒤쫓기 시작했다.
김희영이 물었다: 원통보전에도, 보타전(寶陀殿)에도, 관음이 안 계시더군요.
박인호가 답했다: 관음상들은 지금, 지하 창고에 있습니다. 해수관음상은 창고보다 커서 못 들어갔죠.
─`관음보살도 불탑니까?
─`관음보살 형태를 한 나무나 쇠는, 불타거나 녹습니다.
─`낙산사는요? 낙산사도, 불타거나 녹을까요?
─`낙산사는……,
박인호는 심리적 시간으로 100년 동안 고민했다.
─`……불타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불탈 수 있죠. 그러니까, 좀더 빨리 걸읍시다.


박인호와 김희영은 낙산사를 지키는 데 실패하고 절망한다. 그들은 낙산사를 집어삼키는 불길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다. 사실 그들이 잃어버린 것은 낙산사가 아니다. 이 소설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며 다른 의미로 변주되는 ‘낙산사’는 단순히 의상대사가 창건한 문화재이자 보물인 절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리고 박인호, 김희영, 이철민은 이미 불타 없어진 낙산사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한다. 이미 세 번이나 불타 사라진 ‘낙산사는 불타지 않는다’라는 모순의 언어 속에서 해매는 이들은 각자의 과거라는 흉터에 상처를 덧입히며 죽기 위해서 살아간다. 이 모순의 모순은 ‘낙산사는 불타지 않는다-그들은 살아 있다라’는 결론으로 치닫는다.


재난을 ‘이해’한다는 것, 그것은 하나의 논리적 메커니즘을 터득하는 것이라고, 이철민은 시뮬레이터의 어법으로 정리했다; 재난을 이해한다는 것은, 하나의 재난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일이 아니었고, 지진을 예측하거나, 가뭄 해법을 제시하거나, 태풍의 강도를 약화시키는 식으로, 재난 대책을 세우는 일과도 달랐다. 삶이란, 몸의 궤적, 움직이는 몸의 다른 이름이었고, 그는, 몸을 꺾고 뒤틀고 난도질하는 모든 재난에, 논리적인 불을 지르기를 원했다. 그때의 재난이란, 일상을 뒤흔들어놓는 모든 것의 총칭이었다─은총까지 포함해서. 일상 자체가, 사실은, 재난에 의해 네거티브한 방식으로만 정의될 수 있었다.
재난들; 너무 짧게 깎은 발톱에서부터 진도 9의 지진에 이르기까지, 아침에 깨진 거울에서부터 중심기압 900헥토파스칼의 태풍에 이르기까지, 일상을 꺾고 뒤틀고 난도질하는 모든 것들; 수학적 특이점들; 논리학적 폐허들.

[……]

메타-재난-시뮬레이션.
그것은 애초에, 논리-지리적 공상을 위한 전제로서, 요청된 개념에 지나지 않았다. 아이디어 자체는, 『도덕경』의 한 문장에서 왔다.

귀대환약신(貴大患若身);
재난을 몸처럼 귀하게 여겨라.


김희영의 선택적 죽음은 그러므로 재난에 대한 일종의 극복이다. 하지만, 이는 정당한 대응이 아니라 외면이며 회피다. 그러므로 ‘낙산사는 무너진다’. 하지만 소설은 이 지점에서 멈추지 않는다. 이 소설에서 죽음은 절망의 해결책이 아니라 중간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다시, 모래가 온다.


그리고, 모래가 온다.
6월의 한반도는 ‘제5의 계절’이 점령하고 있었다. 대지는 가뭄으로 갈라지고, 하늘은 흙빛으로 흐렸다. 살인적인 황사는, 모든 길들의 끄트머리를 지우고, 감금된 사람들의 몸속 깊숙한 곳에 쌓이고 있었다.
강릉행 비행기가 이륙하게 된 것은, 영업 효율을 최대한도로 설정한 시스템, 잠시 약해진 황사를 고려해도, 하나의 미스터리, 시스템 오작동의 결과였다. 김영희는 마카오에서 귀국한 뒤, 낙산사로 가기 위해, 인천국제공항 터미널에서 환승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낙산사 수목장숲에는, ‘사촌언니-소나무’가 있었다. 사찰문화원에서 출간된 『낙산사』 멀티미디어 북을 켜고, 원통보전과 보타전 등을 돌아다니다가, 스마트 하이웨이를 타야겠다고 마음을 바꿨을 때, 기적처럼 하늘이 열렸다. 낙산 8경(景) 중 하나인 동종 소리가, 무선 이어폰으로 흘러 들어와, 머릿속을 환하게 만들었다.
세상은 어두웠다. 지층 같은 적란운이 떴고, 황사가 그 구름 속으로 빨려들어가며, 하늘 전체가 폐차 압축기처럼 내려앉고 있던 때였다. 비행기는 처음부터 불안하게 흔들렸다. 몇 번이나 허공에서 미끄러지기도 했다. 그동안, 항공기상대와 항공교통센터가 악천후 레벨을 조정했다. 관제소는 운항 금지 모드로 돌아섰다. 강릉행 비행기는 공중에 유폐되었다.


홀수 장인 모래의 재난에서는 김영희라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마카오 창녀 출신의 여자는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겠다는 다짐을 깨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무엇을 찾아서 왔는지 자신도 알지 못한다. 모래-비의 재난 속에서 짝수 장에 나란히 등장했던 박인호와 이철민 역시 ‘어떤 존재’의 여부에 대한 고민에서 벗어나 낙산사를 찾기 시작한다. 재발견 혹은 발견의 그들의 욕망은 ‘낙산사 찾기’라는 행위로 표출된다. 그리고 낙산사의 의미 혹은 낙산사 찾기에 대해 박인호는 이렇게 정리한다.


제 과거를 모르죠? 지우고 싶은 기억들로 넘쳐나요.
─`그래서 미래는 예정되어 있는 거야, 과거에 짓눌린 현재가 원인으로 작동하는 한. 그렇다고, 현재를 지배하는 기억을 완전히 지우는 건, 그저 원점으로 돌아가는 일에 불과해. 완벽하게 복원함으로써, 오히려 생을 훼손하는 일이지. 좋든, 싫든, 이 우주가 나를 위해 그토록 많은 사건들을 준비해둔 거야.
그러나, 그 말을 하는 남자의 얼굴은 전혀 다른 어떤 것을 말하고 있었다: 배반의 얼굴; 그는 소름끼칠 정도로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흔적을 남기면서 복원해야 돼. 상처와 더불어서 자유로워지는 거지. 교체가 아닌 성숙, 그건 마음이 일어나는 방식을 재조립하는 일이야. 과거를 바꾼다는 건, 그런 의미지. 그러나, ……나 역시 성공하진 못했어.
그리고, 아무도 말이 없었다.
남자는, 모래 위에 뭔가를 썼다, 지우는 일만 반복했다.
여자는, 무릎을 껴안고, 울 듯 말 듯, 떨리는 입술을 깨문 채, 하늘의 색깔이 변해가는 것만 하염없이 응시했다. 그냥, 울어버리고 싶었지만, 이곳은, 울음을 터뜨려서 뭔가를 해방시킬 수 있는 장소가 아니었다.


이들의 ‘낙산사 찾기’란 일종의 ‘나’를 찾기이다. ‘나’라는 단어는 ‘무궁한 가능성,’ ‘희망,’ ‘미래에 대한 긍정’으로 환치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재난, 미래라는 오지 않은 공포 속에서 어떤 가능성을 찾는 일이란 귀대환약신(貴大患若身: 재난을 스스로의 몸같이 귀하게 여김)으로 가는 일이다. 이는 절망을 절망으로 극복하는 방법이며, 죽음으로써 사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러한 주제는 조하형이 전작 『키메라의 아침』을 통해 전달했던 ‘디스토피아에서 유토피아를 찾기’라는 주제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소설에서 조하형은 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의 근원을 ‘나’로 돌리는 일이라는 이 자기성찰적 작업에 몰두함으로써 대안의 본질을 밝혀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이 끈기 있는 일련의 작업을 통해 제시해온 미래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도망칠 곳도, 숨을 곳도 없었다. 이제는 대답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원통보전 둘레를 서성거리기만 할 뿐.
살아도 될 것인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고요함의 폭력.
질문의 무게로 무너지며, 무릎을 꿇었다. 장궤 자세, 무릎을 꿇되 엉덩이를 붙이지 않고 일어선 그 자세로, 원통보전을 응시한다.
나에게 있는 것은 무엇인가?
뒤틀린 달이 천공을 가로지르고, 달밤에 종자 캡슐들이 뿌리를 내리고, 모래바람이 바다를 건너 이국의 땅에 도달해도, 대답은 찾을 수 없었다. 모래-밀물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낙산사는 점점, 낮아진다.
장궤 자세를 지탱하던 힘이 다했다, 허물어지기 시작한다.
나에게 있는 것은 무엇인가?
몸의 형태를 지탱하던 댐이 터지고 모래 위로 엎질러지는 순간, 불현듯, 두 개의 무기가 생각났다: 불과 모래의 황무지에 붙어사는 원주민들의 무기.
초맥락적 발견과 함께, 카운트다운이 재개되었다.

붓다 역시 먹고, 자고, 싸고, 아프다가, 죽었다, 불과 모래의 황무지에서; 낙산사 너머에 있는 불과 모래의 속세에서; 원통보전은 종점이 아니었다, 더 가야 했다……
산하대지(山河大地)와 일월성신(日月星辰)이 지켜보는 가운데, 더 가보고 싶습니다, 중얼거리는 순간, 부활하는 사물들, 백두대간이 물 위를 걷고[東山水上行], 남대천이 하늘로 난다: 몸의 논리적 평면에서 작동하는 언어들; 고요함의 폭력이 무정설법으로 교체된다; 흐느끼는 자작나무와 트랜스제닉 종자 캡슐과 콘크리트 파편과 녹슨 철골이 언어도단(言語道斷)의 언어로 말하기 시작한다……
카운트다운이, 끝났다.
극한의 건축, 완전하게 불완전한 낙산사를 생각한다. 피부-몸이 사방팔방으로 기어가고, 근육-몸이 다른 속도로 퍼지며 형태를 암시하고, 골격-몸이 그 형태를 떠받치며 솟아오른다. 순환-몸이 연결하고, 도관-몸이 구획하고, 신경-몸이 무정설법의 시공간 전체로 퍼져 나간다.
낙산사가 일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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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조하형(지은이)

1970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중퇴했으며, 200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영화평론에 당선했다. 제3회 '문학.판' 신인작가 장편소설에 당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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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제1부 짝수 장(章)들
2장
4장
6장
8장
10장
12장
14장
16장
18장
20장

제2부 홀수 장(章)들
1장
3장
5장
7장
9장
11장
13장
15장
17장
19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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