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을 사회구조와 경제·환경의 관점에서 파헤친 문제작. 식품영양학과 보건학은 물론 생물학, 의학, 심리학의 최신 연구결과와 세계보건기구, 식량농업기구 등의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전 세계적인 비만의 위기를 전한다. 또한 먹을거리 생산의 역사에서 오늘날 식품산업의 유통과 광고 마케팅 방법까지 ‘비만을 유발하는’ 환경이 어떻게 조성되는지 다각도로 조명하고 비판한다.
더불어 정크푸드에 비만세 부과, 유해식품 광고 규제, 신체활동을 유도하는 도시 재설계와 운동 장려, 슬로푸드 운동 확산 등 다양한 해결책도 제시한다. 저자들은 비만을 해결하기 위해서 먹을거리가 어떻게 생산되고 가공되고 유통되어 마침내 우리 밥상 위에 올라오는지 멀고도 긴 여행으로 안내한다. 비만을 극복하는 근본적인 방법은 우리가 먹을거리를 생산하고 판매하고 소비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비만과 식품산업, 비만과 빈곤, 비만과 환경문제의 복잡한 역학관계를 올바로 깨달아야만 하는 것에 있다.
늘어진 뱃살은 당신 책임이 아니다!
비만을 사회구조와 경제·환경의 관점에서 파헤친 문제작
‘인류 비만’에 대한 긴급 보고서
2012년 3월 세계보건기구(WHO) 발표에 따르면 2008년 현재 전 세계 20세 이상 성인 중 14억 명이 과체중이고, 이 14억 명 중 총 5억 명 이상(남자 2억 명 이상, 여자 3억 명 이상)이 비만이다. 2010년에는 5세 이하 어린이 중 4천만 명이 과체중으로 보고되었다.
WHO은 비만을 ‘21세기 신종 전염병’으로 지목했고 실제로 비만은 전염병을 제치고 가장 위험한 질병으로 대두되었다. 2000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를 놓고 볼 때 체중미달인 성인보다 비만인 성인이 더 많아졌다. 과체중과 비만은 전 세계 사망 위험요소 중 다섯 번째 주요 요인이다. 매년 성인 약 280만 명이 과체중이나 비만으로 사망한다. 또 당뇨병의 44%, 허혈성 심장질환의 23%, 특정암의 7~41%가 과체중과 비만 때문에 발생한다. 건강 악화, 정상 생활 불능, 경제능력 상실로 입게 될 잠재적 손실을 고려해서 비만은 이제 ‘공중보건의 위기’ ‘시한폭탄’ ‘쓰나미’로 묘사된다. 지금 세계는 뱃살의 역습에 조용히 정복되고 있다.
한편, 2000년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세계 식량 생산량은 전 세계 인구를 먹여살리고도 남는데도 여전히 8억5,000만 명은 굶주리고 있다. 지구촌 어느 지역에서는 여전히 굶어죽는 사람이 있는데 다른 곳에서는 건강을 해칠 정도로 살이 찌는 사람이 있다는 이 모순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도대체 지구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보건영양학의 세계적인 전문가들인 저자들은 <강요된 비만>에서 식품영양학과 보건학은 물론 생물학, 의학, 심리학의 최신 연구결과와 세계보건기구, 식량농업기구 등의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전 세계적인 비만의 위기를 전한다. 또한 먹을거리 생산의 역사에서 오늘날 식품산업의 유통과 광고 마케팅 방법까지 ‘비만을 유발하는’ 환경이 어떻게 조성되는지 다각도로 조명하고 비판한다. 더불어 정크푸드에 비만세 부과, 유해식품 광고 규제, 신체활동을 유도하는 도시 재설계와 운동 장려, 슬로푸드 운동 확산 등 다양한 해결책도 제시한다.
왜 가난한 사람이 더 뚱뚱해지는가
사람들은 흔히 경제력이 높고 먹을거리가 풍족한 선진국에 사는 사람들이 비만이 되기 쉽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개발도상국과 신흥 산업국가의 비만 인구가 선진국 비만 인구보다 훨씬 많다. 경제 성장이 일정한 수준을 지나면 가장 빈곤하고 교육을 못 받은 사람이 가장 빠르게 비만이 되는 경향이 있다. 왜 가난한 나라에서 비만율이 매우 높을까?
우선, 예전처럼 여러 가지 음식을 골고루 제대로 먹는 것보다, 열량 높고 소금, 설탕이 많이 든 살이 찌는 음식으로 배를 채우는 것이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 오늘날 다양한 식품으로 식단을 꾸미려면 돈이 많이 든다. 과일이나 채소를 살 돈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들은 설탕, 밀가루, 기름, 가공식품 등을 사들인다. 이런 값 싼 먹을거리는 열량은 높지만 그저 포만감을 줄 뿐이다.
그러나 일상에서 접하는 이런 경우로는 충분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싼 식품을 사게 되는 것 뒤에는 생각보다 복잡하고 거대한 음모가 숨어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 등 선진국에서 농산물의 생산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산더미처럼 쌓여가는 설탕, 곡물, 기름, 동물성지방을 처분할 길이 없어졌다. 해답은 수출이었다. 전 세계 개발도상국 시장에 물밀 듯이 쏟아부었다. 이런 나라에서는 서양식 생활습관에 익숙한 부유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식습관을 바꾼다. 왜냐하면 슈퍼마켓 선반에 진열된 가공식품을 살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처음으로 과체중이 되고 비만이 된다. 이러한 현상은 중산층으로 빠르게 퍼져나가고, 사회경제적으로 낮은 계층이 그 뒤를 따른다.
빈곤이 초래하는 비만의 역설
그러나 빈곤국가나 개발도상국의 경제적 하층 계급은 영양이 형편없고 ‘텅 빈’ 열량만 제공하며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정크푸드나 싸구려 가공식품을 먹을 수밖에 없다. 벌이가 변변찮은 사람들은 갑자기 싸고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고열량 음식을 찾아내고 되도록 빨리 최대한 많이 먹는다. 불행히도 그들은 채소나 과일처럼 영양 많은 음식은 쳐다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채소나 과일은 모두 비싸고 사람들은 그 중요성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들은 겨우 먹고 살 만큼 벌기 때문에 비교적 싼 음식을 사먹게 되고 결국 가장 뚱뚱해지고 만다.
‘몸무게가 많이 나갈수록 가난하다’는 규칙은 현재 거의 모든 나라에서 사실이다. 비만은 영양실조와 마찬가지로 빈곤이 불러오는 질병인 셈이다. 날씬함은 가난한 가정에서는 누리기 힘든 사치품이 되어가고 있다. 모든 사회에서 비만은 가장 가난하고 가장 교육을 못 받은 사람들이 사는 지역에서 가장 빨리 퍼진다. 그 뒤에는 명백히 사회경제적/구조적인 요인이 있다. 소비자는 그저 수없이 많은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관계들이 뒤얽힌 엄청나게 긴 사슬의 마지막 고리일 뿐이다.
신종 전염병의 기원을 파헤치다
저자들은 비만을 해결하기 위해서 먹을거리가 어떻게 생산되고 가공되고 유통되어 마침내 우리 밥상 위에 올라오는지 멀고도 긴 여행으로 안내한다. 기아를 해소하기 위해 생산량 증대라는 기치 아래 전 세계가 매진했던 농업 경제의 역사를 되짚어본다. 농부들이 자급자족 체제에서 능숙한 농업생산자였지만 산업화를 거치면서 거대 식품회사의 부속품으로 전락해버린 암울한 과정을 비판한다. 선진국이 싼 가격으로 생산하는 식품의 공급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되고 거대 유통업체로 상징되는 자본주의는 전 세계 식품체제에 엄청난 힘을 발휘하고 있다. 패스트푸드, 슈퍼마켓 등이 무분별하게 제공하는 소비지향적인 가공식품의 유혹 앞에 구매력이 떨어지는 일반 소비자들은 맥없이 무너졌고 농산물을 직접 생산하는 농부와 소규모 상인은 대기업의 그늘에서 안주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한마디로 먹을거리가 무차별적으로 넘쳐난다. ‘먹어라, 싸게 많이 줄 테니 계속 먹어치워라’라는 소리 없는 명령에 저임금 노동자들, 어린이와 청소년은 굴복할 수밖에 없다.
비만을 극복하는 근본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저자들의 주장은 한결같다. 비만은 개인의 책임이 아니다. 한 개인의 질병이 아니다. 그 사람이 얼마나 탐욕스러운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비만은 기아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생긴 전 세계적인 질병이다. 비만은 사회경제적인 조건과 구조적인 환경의 산물이다. 우리가 먹을거리를 생산하고 판매하고 소비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비만과 식품산업, 비만과 빈곤, 비만과 환경문제의 복잡한 역학관계를 올바로 깨달아야만 비만을 극복할 수 있다. 비만의 원인을 단순히 개인적인 차원의 폭식과 게으름, 의지박약과 노력 부족에서만 찾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더 많이 먹되 운동은 덜 하라’라고 부추기는 환경 속에 살고 있다. 이 ‘비만이 되기 쉬운’ 환경을 건강한 식사와 신체활동이 가능한 환경으로 바꾸는 것이 해결책의 핵심이다. 아무리 다이어트를 하고 열심히 운동을 해도 이러한 근본적인 이해 없이는 전 세계에 퍼진 이 전염병을 몰아낼 수 없을 것이다.
세계보건기구에서 발표한 공식자료를 보면 확산일로에 있는 비만의 어마어마한 통계 수치가 나열되어 있어 절망적인 기분마저 든다. 그러나 다행히 마지막에는 이렇게 강조되어 있다. “Obesity is preventable(비만은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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