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정환, 그의 삶을 들여다 보다
이 책의 1부에서는 방정환의 생애를 재구성하고 그의 사상과 문학관, 아동관을 살피고, 근대 아동문학 형성기에 아동문학의 각 장르를 개척한 방정환의 다채로운 면모를 고찰했다. 특히 생애에서는 방정환의 출생지인 야주개의 ‘봉상시(奉常寺)’와 시천교 내 ‘소년입지회’의 실체를 통해 방정환 집안의 성격을 새롭게 조명했고, 청년 시절 <신청년>과 <녹성>, <신여자>의 잡지 활동을 주목하였다. 최초의 영화 잡지인 <녹성>에 대한 조명은 방정환 문학에서의 대중성을 규명하는 데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또한 방정환은 이 시기에 <신여자>의 편집 고문으로도 활동했는데, <신여자> 창간호의 권두언은 이 무렵 방정환이 쓴 수필의 영향이 드러나는 글로, 청년운동가로서의 활동과 호 ‘소파(小波)’의 상관성을 해명할 수 있는 자료이기도 하다. 이런 연유에서 나는 <신여자> 창간호의 권두언을 방정환의 글로 추정하였다. 특히 청년 시절 사회주의자들과의 적극적인 교류와 문학적 / 사상적 영향을 밝혀 개벽을 주도한 천도교 신파 그룹의 성격을 재조명한 성과를 얻었다.
방정환의 사상, 그리고 아동관
방정환의 소년운동은 잘 알려진 것처럼 천도교청년회의 부문운동의 일환으로 전개된 운동이었던 만큼 천도교청년회의 정치사상을 중심으로 청년운동가 방정환의 사상을 조명하였다. 동학사상을 근대적으로 개혁하고자 한 천도교는 세계 사조로서의 ‘개조주의’를 수용하여 정신 / 민족 / 사회 개벽이라는 3대 개벽 사상으로 변용시켰다. 또한 이 장에서는 방정환의 아동관과 문학관을 고찰하였다. ‘계급주의 아동문학’과 대립했던 ‘동심천사주의’로 알려져 온 기존의 아동관을 인내천 사상과 일본의 동심주의 사상의 접목으로 보았다. 이것은 방정환의 문학 사상의 핵심을 낭만적 지향만으로 논의할 수 없는 강한 현실주의적 성향을 드러내는 과정과 맞물린다. 이 부분에서 방정환의 민중문학관을 살피면서 카프의 계급문학과의 변별점도 고찰하였다.
‘아동문학가’, 방정환
4장에서는 방정환의 아동문학을 번역, 옛이야기 재화(再話), 창작 등 장르별로 고찰하였다. ‘문화운동가’ ‘소년운동가’라는 명성에 가려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어졌던, ‘아동문학가’로서의 방정환의 다방면의 활동과 성과를 구체적으로 살폈다. 먼저 ‘우리 입맛에 맞게 우리 정서에 맞게’ 외국의 동화를 소개한 것으로 평가되어 온 번역 / 번안동화집 <사랑의 선물>의 작품을 원작과 중역본 텍스트, 방정환의 번역본을 비교 고찰하여 민족주의 서사가 강화되었음을 규명했다. 이러한 번역은 민족 국가의 부재 상황에서 어린이들에게 ‘네이션’을 상상하는 기초가 되었다. 또한 그의 번역과 번안은 우화와 옛이야기 재화, 그리고 미담 / 실화류가 주류였던 당시 풍토에서 한국 근대 ‘동화’의 상을 재구성하는 데에 기여했다. 전래동화와 동화극도 근대 아동문학의 주요 장르로 이 시기 방정환에 의해 개척되었는데, 동시대와 후대의 재화와 비교하여 방정환 문학의 독자성과 우수성이 드러난다. 창작 부분에서는 방정환이 명확한 장르 의식을 기반으로 ‘동화’와 ‘소년소설(아동소설)’을 개척했음을 고찰하였다. 특히 방정환의 ‘동화’는 서구나 일본의 동화처럼 시적 / 상징적 산문으로서의 특질보다는 이야기성이 두드러진 서술 구조를 취한다. 고난 극복의 소년상이 주로 형상화된 ‘소년소설’, 그 가운데 아동탐정소설에서는 민족주의와 현실주의적 지향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한국 근대 아동문학이 강한 현실성과 계몽성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으로, 한국 아동문학의 특수성이자 건강성이다.
‘방정환’을 다시 돌아보다
2부에 수록한 논문 「한국 근대아동문단 형성의 ‘제도’-<어린이>를 중심으로」는 1920년대 아동문단을 “저급한” 습작기문단이라고 평가했던 기존 연구를 재고하면서, <어린이>와 소년회, 색동회가 아동문단의 본격적 형성을 가능케 한 ‘제도’로 작동했던 양상을 고찰하였다. 특히 소년회는 소년운동 / 문화운동의 중심 세력으로서 문화 / 예술을 주체적으로 창조 / 향유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인 ‘어린이’를 확보하고, 그들만의 독자적 공간을 창출한 조직이었다. 이 연구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계급주의 아동문학 잡지와 단체 활동 등도 아동문단의 형성과 분화라는 관점에서 집중적인 조명이 필요한 과제이다.
「방정환의 초기 번역소설과 동화 연구-새로 찾은 필명 작품을 중심으로」와 「새로 찾은 방정환 자료, 풀어야 할 과제들」은 방정환의 필명과 관련된 후속 논문이다. 「방정환의 초기 번역소설과 동화 연구」에서 <동명>에 등장하는 필명 ‘포영(泡影)’과 일본의 옛이야기 모모타로를 계급주의 시각으로 번안한 「XX귀의 정벌」의 번안가인 ‘서몽(曙夢)’을 방정환의 필명으로 추정하였는데, 최근 연구에서 ‘포영’이 현진건의 필명일 가능성이 새롭게 제기되었다. 「새로 찾은 방정환 자료, 풀어야 할 과제들」에서도 <신여자>에 등장하는 필명 ‘양우촌(梁雨村)’과 ‘월계(月桂)’를 방정환의 필명으로 추가했는데, 이에 대해서도 학계의 구체적 검증이 요구된다. 방정환의 필명은 최근까지도 논쟁이 지속되는 만큼 두 논문은 적지 않은 논란거리를 안고 있다. 그럼에도 이 두 논문을 단행본에 수록한 것은 방정환의 필명 검토 작업은 다른 근대문인들의 필명 확정 과정과도 연동하여 논의를 확장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문학뿐 아니라 타 학문 분야와의 협업과 소통을 통해 근대인들의 다수의 미확정 필명을 적극적으로 교차 조명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 자료의 보완과 실증을 토대로 한 진전된 연구 성과가 제출되기를 기대한다. <부록>에 실은 방정환 작품 연보도 지금까지의 연구 성과가 도달한 결과물로, 지속적으로 수정 보완해야 할 과제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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