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약 1,500년 전 중국 당대(唐代)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를 그들의 서사 문학인 ‘전기(傳奇)’를 통해 분석한다. 남녀의 애정을 다룬 전기 가운데 스물일곱 편의 작품을 간추려 환상’ ‘욕망’ ‘이데올로기’라는 세 가지 코드를 화두로 삼는다.
인간의 ‘욕망’은 다양한 ‘환상 장치’를 통해 표현되고, 이는 또 ‘지배 이데올로기’의 끊임없는 통제 속에서 금기와 일탈을 넘나들며 다양한 애정서사를 만들어왔다. 애정 양상의 심리 분석에서 프로이트를 비롯해 칼 융, 라캉 등의 이론을 이끌어 학제적 접근을 통해 작품의 이해를 새롭게 하는 한편, 서구의 중세 로망스와의 비교를 통해 폭넓은 해석을 시도한다.
전기(傳奇)’는 중국 당대(唐代)에 성행했던 소설을 가리키는 용어로, 시와 산문을 독특하게 교직(交織)하면서 남녀의 사랑이나 기이한 사건을 펼친다. 또 작품의 말미에 작자의 의중과 태도를 드러내는 의론문(議論文)이 덧붙는다. 전기는 일탈의 ‘기(奇)’와 그것을 금하는 ‘정(正) 사이에 숨어 있는 인간의 본능을 서술해놓은 욕망의 서사이다.
“동서고금의 인간사를 통틀어 남녀간의 애정을 제외하고
그 무엇을 논할 수 있을까?”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는 인류 역사를 관통하는 인간의 근원적 감정이다. 그것은 인간의 탄생과 더불어 계속되어온 인간 문화의 일부이며, 인간 욕망의 참모습을 여실히 드러내주는 거울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이 책은 지금으로부터 약 1,500년 전 중국 당대(唐代)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를 그들의 서사 문학인 ‘전기(傳奇)’를 통해 분석한다. 이야기 속에서 그들은 절세미녀의 배필이 되거나 가진 것 없이 출세가 요원한 한량일지라도 선계의 미녀를 만나는가 하면, 미녀로 둔갑한 여우와 교접하는 등 시공을 넘나들며 흥미진진한 애정 행각을 벌인다. 한낱 허황된 옛이야기로 보이기도 하는 이들 작품 속에는, 그러나 서사의 주름 곳곳에 감추어진 당대(當代)인들의 욕망이 넘실댄다.
이렇듯 주로 남녀의 애정을 다룬 전기 가운데 스물일곱 편의 작품을 간추려 분석하고 있는 이 책은, 제목이 나타내는 바대로 ‘환상’ ‘욕망’ ‘이데올로기’라는 세 가지 코드를 책의 화두로 삼는다. 인간의 ‘욕망’은 다양한 ‘환상 장치’를 통해 표현되고, 이는 또 ‘지배 이데올로기’의 끊임없는 통제 속에서 금기와 일탈을 넘나들며 다양한 애정서사를 만들어왔다는 것.
종래의 작품 감상 위주 연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당대(唐代)’라는 사회.문화적 맥락 안에서 당대(當代)인들의 사랑과 욕망을 다각도로 살피고 있는 이 책은, 오늘날 우리 삶의 양태까지도 되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독서를 제공한다. 특히 애정 양상의 심리 분석에서 프로이트를 비롯해 칼 융, 라캉 등의 이론을 이끌어 학제적 접근을 통해 작품의 이해를 새롭게 하는 한편, 서구의 중세 로망스와의 비교를 통해 폭넓은 해석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 특성으로 꼽힌다. 이는 결국 욕망이 거세될 수 없는 인간 세상의 이야기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증명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일탈의 기(奇)와 그것을 금하는 정(正) 사이에 숨어 있는 인간 본능을
서술한 욕망의 서사”
‘전기(傳奇)’는 중국 당대(唐代)에 성행했던 소설을 가리키는 용어로, 시와 산문을 독특하게 교직(交織)하면서 남녀의 사랑이나 기이한 사건을 흥미롭게 펼쳐 보인다. 또 작품의 말미에 작자의 의중과 태도를 드러내는 의론문(議論文)이 덧붙는다는 점이 그 특징이다. 젊은 소장학자이자 『전기: 초월과 환상, 서른한 편의 기이한 이야기』 등의 저작을 내놓으며 ‘당대 전기 연구’의 한길을 오롯이 걷고 있는 최진아의 이 책은, 저자의 전문성과 성실함 그리고 흥미진진한 이야기 전개가 돋보인다.
저자는 특히 ‘전기’를 일컬어 “일탈의 ‘기(奇)’와 그것을 금하는 ‘정(正)’ 사이에 숨어 있는 인간의 본능을 서술해놓은 욕망의 서사”라고 말하는데, 이 책에서는 바로 ‘애정류’ 전기가 논의의 중심축이다. 예컨대 전기의 작자이자 향유층이기도 했던 당대의 사인(士人)들은 당시의 사회 질서였던 유교적 소양을 체화한 존재였으나 모든 인간이 그러하듯 사회적 금기와 일탈을 꿈꾸었던 것. 이런 그들에게 자신들의 욕망도 충족시키고 아울러 제도권에서 지탄받지 않을 조건을 만들 필요가 있었으니, 이것이 바로 다양한 ‘환상 장치’를 이용한 당대 애정류 전기인 셈이다. 즉 신녀(神女)나 선녀(仙女)라는 초월적 존재의 등장, 혹은 여우나 원숭이가 둔갑한 여성과의 애정 행각은 아무리 에로틱한 요소가 개입될지라도 제도권에서 배척받지 않았던 것.
「유선굴」「임씨전」「이혼기」「앵앵전」 등을 비롯해 당대의 대표적 애정류 서사 스물일곱 편을 다루고 있는 이 책은, 그러나 이들 작품 연구에만 논의를 한정짓지 않고 당대에 애정류 서사가 나타나게 된 사회.문화적 배경에서부터 당대 전기의 전반적 특성을 두루 살피고 있다는 점에서 당대 전기 연구와 관련한 심도 깊은 학술적 성과라 할 만하다. 총 다섯 부로 구성된 책의 1부에서는 당대 애정류 전기를 논의하기 위한 전제들, 즉 역사상 당대가 지니는 시대적 특성을 정치.사회.종교 등 다양한 측면에서 고찰하고 있으며, 2부에서는 당대 애정류 전기가 성립하게 된 구체적 과정을, 3부와 4부에서는 당대 애정류 전기의 유형과 구조 및 의미 지향을, 마지막 5부에서는 그것이 해외에 끼친 영향 등을 차분하면서도 흥미롭게 서술하고 있다. 특히 5부에서 논의되는 당대 애정류 전기와 서양의 중세 로망스와의 비교.고찰은 지금껏 연구된 바 없는 새로운 시도로, 보다 폭넓은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한편 중세 로망스와의 변별점 속에서 동아시아 특유의 ‘상상력’을 발견하고 또 확인해준다.
이렇듯 ‘환상’ ‘욕망’ ‘이데올로기’의 중첩된 층위에서 이루어진 당대 애정류 전기는 당대인들의 욕망에 대한 무수한 알레고리를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지금, 여기 우리의 욕망까지도 반추하게끔 한다. 그것은 오래전 중국인들이 돌려 읽던 욕망의 서사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흥미롭게 읽히는 까닭과도 통하는데, 바로 “그것이 중국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 나아가 인간 보편의 서사로서 한껏 열린 채 면면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 『환상.욕망.이데올로기: 당대 애정류 전기 연구』는 저자의 박사논문 「당대 애정류 전기 연구」를 수정.보완하여 출판한 것으로, 책의 중간에 삽화와 도표를 삽입해 독자의 이해를 도울 수 있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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