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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책이야기 : 윌리엄 모리스에서 중세 사본까지

아름다운 책이야기 : 윌리엄 모리스에서 중세 사본까지 (5회 대출)

자료유형
단행본
개인저자
이광주
서명 / 저자사항
아름다운 책이야기 : 윌리엄 모리스에서 중세 사본까지 / 이광주 지음
발행사항
파주 :   한길아트,   2007  
형태사항
274 p. : 삽화(일부천연색), 초상화 ; 29 cm
ISBN
8991636357 9788991636354
서지주기
참고문헌(p. 270-271)과 색인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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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정보

No. 소장처 청구기호 등록번호 도서상태 반납예정일 예약 서비스
No. 1 소장처 중앙도서관/교육보존B/교육보존20 청구기호 002.09 2007 등록번호 111435874 (1회 대출) 도서상태 대출가능 반납예정일 예약 서비스 B M
No. 2 소장처 중앙도서관/제2자료실(3층)/ 청구기호 002.09 2007 등록번호 111435875 (4회 대출) 도서상태 대출가능 반납예정일 예약 서비스 B M

컨텐츠정보

책소개

윌리엄 모리스, 책으로 펼치는 유토피아
근대 미술공예운동을 이끈 장본인이자 시인이고 소설가인 윌리엄 모리스는 ‘세상의 모든 것을 디자인했다’고밖에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다방면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 그는 일반인에게 벽지 디자이너로 친근하고, 문학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판타지 소설(『세계 끝의 샘』『불가사의한 섬의 물』)의 선구자로 불리며, 연애담을 즐기는 이들은 아내 제인과 동료 화가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 사이의 불륜을 그저 바라보기만 했던 불운한 사나이로 기억한다. 또, 고서의 매력에 흠뻑 빠진 사람들은 그를 ‘아름다운 지상의 책 한 권’을 위해 재정적인 파탄까지 감수했던 ‘책의 장인’으로 부른다. 진정 그는 아름다운 책으로 세상을 바꾸고자 했다.
윌리엄 모리스가 말년에 책을 향한 열정으로 창립한 켐스콧 프레스의 53종 66권의 책은 평생 고딕적인 것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던 그가 쌓아올린 고귀한 대성당이다. 켐스콧 프레스의 책은 수많은 애서가ㆍ장서가들에게 ‘환상의 책’으로 여겨졌으며, 값으로 따질 수 없을 만큼 귀한 예술작품으로 평가받아왔다.
켐스콧 프레스에서 출간된 모든 책들이 헤이리 예술마을의 북뮤지엄 윌리엄 모리스에서 전시되고 있다. 30여 년 한길사를 이끌어온 김언호 사장이 지난 20년간 세계 각지를 돌며 켐스콧 프레스의 전작을 수집한 쾌거를 기념한 전시이다. 예술가의 장인 정신과 예술혼이 집약되어 있는 윌리엄 모리스의 아름다운 책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있는 이번 전시는 모리스의 고향인 영국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기회이다. 또한 근대 미술공예운동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었던 모리스ㆍ마셜-포크너사에서 디자인한 태피스트리 오리지널 3종과 다양한 문양의 벽지들도 함께 만날 수 있다.
이번에 출간된 『아름다운 책 이야기』는 윌리엄 모리스의 오리지널 책들이 공개되는 것을 기념해 그의 책을 유럽 책문화의 장구한 역사 속에서 되돌아보기 위해 기획되었다. 오랫동안 고서를 수집하고 아름다운 책문화에 매료되어 연구의 끈을 놓치 않았던 이광주 선생이 집필한 이 책은 중세 사본에서 시작하여 인쇄본의 시작을 알리는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 그리고 윌리엄 모리스에 이르는 ‘아름다운 책’의 역사를 개관한다. 본래 저자는 윌리엄 모리스의 책에 대한 철학과 장인정신을 중심으로 다루려 했으나, 그의 책 미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이상적인 책’의 모범으로 받들었던 중세의 사본과 초기 인쇄본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함을 깨닫고 ‘아름다운 책’의 계보를 쫓아간다.

윌리엄 모리스는 존 러스킨의 영향을 받아 순수 자연적이며 질박한, 그러면서도 서사시적 상상력으로 가득 찼던 고딕 공동체를 염원했다. 어린 시절부터 고딕성당에 매료된 그는 일생 동안 고딕적인 것에 경도되었다. 그에게 중세의 사본은 고딕성당과 나란히 고귀하고 아름다운 것이었다. 아름다운 책을 만들겠다는 평생의 바람은 1880년대 후반부터 불붙기 시작하여 그의 나이 쉰여섯 살, 이미 병마가 그를 괴롭히기 시작했을 때 켐스콧 프레스를 창립한다.
모리스는 직접 활자체를 만들고, 신중하게 종이를 골랐으며, 노련한 인쇄 장인 윌리엄 보덴을 영입해 최고의 책을 만들고자 했다. 그리고 그 자신이 직접 책의 테두리장식과 장정, 이니셜을 디자인했으며 최고의 화가들에게 삽화를 맡겼다. 그 중에서도 옥스퍼드 대학시절부터 평생의 맹우가 되는 에드워드 번존스는 켐스콧 프레스에서 출간된 책 12종의 삽화를 그렸다. 켐스콧 프레스의 책들은 발매되기 전부터 예약주문이 밀려와 완매되었을 만큼 애서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그리고 마침내 모리스가 죽기(1896) 몇 달 전 동시대 사가판 공방의 명문인 애셴덴 공방의 『단테 작품집』, 도브스 공방의 『성서』와 더불어 근대 인쇄본의 3대 아름다운 책으로 손꼽히는 『초서 작품집』을 출간한다. 이 책의 87점에 달하는 삽화를 직접 그린 번존스는 『초서 작품집』을 가리켜 “이제까지 인쇄물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 만약 윌리엄 모리스가 달리 아무 일도 하지 않았더라도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극찬했다.

이상적인 책, ‘중세의 채식사본’
‘사본’(manuscript)은 문자 그대로 ‘사람의 손’(manu)으로 씌어진 ‘문자’(script)를 의미한다. 중세의 사본은 약 5세기부터 15세기 중엽까지 유럽의 책문화를 찬란히 밝혔다. 그리고 사본 중에서 각별히 아름답게 꾸며진 ‘채식사본’은 책문화의 발전과 함께 애서가ㆍ장서가를 탄생시켰다. 성스러운 책은 아름다운 책이며, 가장 아름다운 책 『성서』는 금은보석으로 장식되고, 아리따운 자수가 수놓인 비단 보자기에 싸여 금상자에 보관되었다.
책은 수도원의 사본실에서 수도사인 사자생들에 의해 제작되었다. 사본실에서는 본문을 베껴 쓰는 사자생과 문장의 이니셜, 테두리장식을 채식하고 삽화를 그리는 화공이 함께 일했다. 채식사본은 거의가 성서ㆍ시도서ㆍ복음서ㆍ미사전서ㆍ성무일과서였다. 그러나 8~11세기에 이르면 책은 왕후 귀족의 권위의 상징이 되기도 하고, 외교상의 선물로 활용되기도 한다. 그러면서 종교서적 외에 문예작품이나 학술서도 미장본으로 선보이기 시작한다.
중세 채식사본의 가장 아름다운 걸작은 베리 공의 『호화 시도서』를 꼽는다. 이 책은 채식화가와 세밀화가, 사자생의 완벽한 조화 위에 제작되었다. 이 최고의 아름다운 책을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한 이는 세밀화가 랭부르 3형제였다.
수도원을 거점으로 한 중세의 사본문화는 12세기를 전환기로 많은 도시에 연이서 사본 공방이 나타나면서 변화하기 시작한다. 바야흐로 책문화에 새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천 년 역사의 최고 업적,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
1450년경 구텐베르크는 금은세공사인 요한 푸스트와 대형 성서를 인쇄하기 위한 계약을 맺고 최초로 활판인쇄본을 출간한다. 그가 제일 먼저 출간한 책은 ‘구텐베르크 바이블’로도 불리는 『42행 성서』이다. 이 책은 대형 2절판으로 상하 두 권이며, 본문은 좌우 두 단으로 구성되었다. 각 단은 42행을 기본하고 하고 있어 ‘42행 성서’로 불린다. 각 장의 머리문자는 큰 색채의 꽃 문자이며 손으로 그려졌다. 『42행 성서』의 우아하고 훌륭한 제작솜씨는 세상에 선보이기 전부터 평판이 자자해 고위 성직자들도 입수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애초 158부를 계획했으나 예약주문이 증가하면서 180부로 증가되었다. 현재 『42행 성서』는 48부가 현존하고 있으며, 박물관과 대학 도서관이 소장하여 고서 시장에 나오는 일은 거의 없다. 세계에서 가장 귀한 책, 윌리엄 모리스가 찬탄한 가장 이상적인 책이 바로 『42행 성서』이다.
구텐베르크의 인쇄공방이 있던 마인츠에서 번성한 활판인쇄 공방은 1462년 주교좌를 둘러싼 전란으로 인쇄 공방이 파괴되자 전 유럽으로 확산된다. 이 중에서 주목할 곳은 마누티우스의 인쇄소이다. 그는 그리스ㆍ로마의 고전에 심취한 인문주의자로 그의 인쇄소에서는 당대 최고의 학자였던 에라스무스를 비롯해 여러 인문주의자들이 사본이나 옛 문헌의 진위를 가리는 교열자로 일했다. 그는 새로운 활자, 즉 그리스ㆍ로만ㆍ이탤릭체의 활자를 디자인하는 한편 소평본인 포켓판을 제작하는 등 출판문화를 크게 쇄신했다. 마누티우스가 제작한 『히프네로토마키아 폴리필리』는 어느 미술품보다도 아름다운 걸작으로 칭송받으며 모든 시대를 통해 가장 아름다운 인쇄본으로 기록된다.
초기 인쇄본의 제작자들 중 주목해야 할 또 한 명은 윌리엄 캑스턴이다. 그는 1474년 『트로이 이야기 집성』을 첫 책으로 인쇄하는데, 이 책은 영어로 인쇄된 최초의 책이다. 윌리엄 모리스는 켐스콧 프레스를 창립했을 때 캑스턴의 책을 다시 출간하는 것을 우선 과제로 삼았다.
인쇄술의 보급과 함께 활자체를 개발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진다. 중세 사본은 모두가 고딕체로 씌어졌다. 사본을 본받은 『42행 성서』도 고딕체였다. 구텐베르크 이후 이탈리아를 제외하고 유럽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는 고딕체가 사용되었다. 그러다가 1465년 독일 출신의 슈벤하임과 파나르츠는 로마 교외 수비아코 수도원에서 고딕체와 로만체의 과도기적인 활자인 수비아코 활자를 만들어 사용한다. 그리고 1468년에 이르면 거의 완전한 로만체를 사용한다. 그들의 작품은 “그것이 없으면 어느 수도원의 도서관도 완벽하지 못하다”는 평을 들을 만큼 훌륭했다. 이후 로만체는 베네치아에서 활동한 니콜라스 젠슨에 의해 완성되어 오늘에 이른다. 모리스는 젠슨의 책을 “로만체의 가장 완벽한 모델”로 극찬하고 켐스콧 프레스의 책을 제작하는 데 모델로 삼았다.

영국 삽화본의 황금시대
19세기 초 영국의 삽화문화를 쇄신하고 삽화본의 황금기를 이루는 데 선구적 역할을 한 인물은 목판화가 토머스 뷔크이다. 당시 책의 삽화나 그림의 복제에 주로 쓰인 것은 동판화였으나 동판화는 값이 비싸고 우아한 그림이나 장식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뷔크는 목판의 결점을 보완하여 삽화 인쇄에 널리 사용할 수 있게 했다. 그 기법은 댈지얼 형제에게 이어지고 그림이 든 신문과 광고에 이용되었다. 그러나 당시 목판화의 천재라고 불린 댈지얼 형제의 삽화도 대부분 흑백이었다. 당시 채식 목판은 아름답지 않다는 미학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에드먼드 에반스의 등장과 함께 컬러 삽화의 시대가 열린다. 그의 작품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리처드 도일의 『영국연대기』로 80점에 달하는 컬러 판화는 대단한 인기를 모아 간행되자마자 완매되었다.
빅토리아 시대에 손꼽히는 출판인은 윌리엄 피커링이다. 1820년대 초 훌륭하게 인쇄한 책들은 간결함을 갖추었을 뿐 아니라 쉽게 읽혀 많은 사람들에게 찬사를 받았다. 이러한 그의 장점은 모리스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피커링의 진면모는 책 전체에서 풍기는 우아한 디자인과 산뜻한 타이틀 페이지에서 잘 드러나며, 신중하게 선택한 활자도 책에 빛을 더했다.
또한 빅토리아 시대에는 어른들까지도 매료한 아름다운 그림책이 많이 출간되었다. 당시 풍자만화 전문 주간지인 『펀치』의 편집장 마크 레몬이 편집한 동화집에 러처드 도일 등이 삽화를 그리면서 그림책은 새롭게 서점을 장식했다. 당시 삽화가로 이름을 떨친 이는 월터 크레인과 케이트 그리너웨이 그리고 ‘피터 래빗’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헬렌 베아트릭스 포터 등이다. 여성 삽화가들이 많이 등장하는 것도 변화하는 시대를 반영하는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채식’ 삽화는 시대의 유행이 되고 이에 맞춰 호화롭게 장정된 성서나 격언집, 문예작품 등은 신사계층과 중산층의 서재를 장식했다. 빅토리아 시대의 삽화본은 진정 책이라기보다 그림, 장식화에 가까웠다.
이렇듯 1860년대 이후 삽화와 디자인의 장식이 과도화 하는 경향을 보이자, 삽화와 활자의 조화를 둘러싼, 책의 전체적인 구성이 하나를 이루는 간결한 아름다움을 요구하는 소리가 날로 높아졌다. 이러한 움직임은 책 장인들이 주도한 사가판 책 공방(private press) 운동으로 표출된다. 그리고 이 운동의 중심에 윌리엄 모리스가 우뚝 존재한다.

사가판 책 공방의 명문, 도브스와 애셴덴 공방
사가판 책공방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거쳐 런던 템스 강 가까운 구역을 중심으로 책 장인들에 의해 연이어 세워졌다. 그들은 구텐베르크의 책과 초기 인쇄본을 본받아 ‘아름다운 책’을 만들고자 했다. 그들은 빅토리아 시대의 ‘장식’ 미학과 호화 미장본에 비판적이었다. 모리스와 더불어 사가판 책공방으로 책문화의 르네상스를 이룬 곳으로는 도브스 프레스와 애셴덴 프레스를 꼽을 수 있다.
도브스 프레스는 콥든 샌더슨에 의해 1900년에 설립되었다. 콥든 샌더슨은 모리스의 부인 제인을 통해 책 제작에 눈을 뜬다. 그는 유명한 책 장정가인 코벌리에 입문하여 책 장정의 미학을 발전시켰다. 콥든 샌더슨은 모리스의 가장 충실한 후예로 일컬어지지만 장식과 장정에서 모리스와 크게 달랐고, 그 나름의 독보적인 길을 개척했다. 특히 고딕체에 열을 올린 모리스와 달리 샌더슨은 니콜라스 젠슨의 로만체를 개량한 도브스 활자를 만들어 사용했고, 책 디자인을 르네상스 양식에 가깝게 꾸몄다. 가죽 장정에 독특한 금박 누름이 특징적인 책 장정은 그의 명성을 드높였다. 특히 1903년에서 1905년에 걸쳐 완성한 영어본 『성서』는 근대 인쇄의 3대 ‘아름다운 책’으로 회자된다.
애셴덴 프레스는 1895년 존 혼비에 의해 설립되었다. 혼비는 1895년 켐스콧 공방을 방문하여 제작 중이던 『초서 작품집』을 보았고, 이에 자극을 받아 책 제작의 열정을 불태운다. 혼비는 모리스에게 영향을 받긴 했으나 콥든 샌더슨과 마찬가지로 그의 책을 모방하려 하지는 않았다. 그는 색채보다 디자인에 더 심혈을 기울인 모리스와 달리 채식 머리문자와 장 첫머리를 약간 화려하고 우아하게 꾸미는 취향이 있었다. 혼비는 고딕체와 로만체를 조화롭게 새긴 수비아코체를 사용하여 충분한 여백과 정확한 짜임새가 요구되는 지면을 디자인했다.
애셴덴 공방의 최고 걸작은 『단테 작품집』이다. 이 책은 제작에만 3년이 걸린 끝에 1909년에 출간되었다. 혼비는 특히 단테에 심취해 『단테 작품집』에 앞서 공방의 두 번째 책으로 단테의 『신생』을 출간했으며, 이후『신곡』의 지옥편, 연옥편, 천국편을 이어서 모두 이탈리아어로 발간했다. 혼비의 애셴덴 공방은 40년 동안 13권의 소형본을 제외하면 모두 40권의 책을 간행했다. 이 숫자는 대략 10년으로 막을 내린 모리스의 켐스콧 공방이 만든 53종 66권의 책보다 훨씬 적다. 그만큼 혼비는 적은 부수의 책을 정성을 기울여 ‘천천히’ 만들었던 것이다.

미술공예 운동의 선구자 윌리엄 모리스
모리스는 일찍부터 모든 예술은 건축에 직결되며 “예술가는 바로 건축가”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 미의식의 밑바닥에는 조각과 회화, 스테인드글라스, 태피스트리 그리고 갖가지 공예품들로 가득 찬, 그 모두가 동일한 상징을 지향하며 장엄한 세계를 이룬 고딕성당이 우뚝 서 있다. 여러 공예분야에 걸친 모리스의 작업은 그만의 성당을 세우기 위한 도정이기도 했다.
1857년 가을 로제티의 화실에서 처음 제인 버든을 소개받은 모리스는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두 해 뒤에 그녀와 결혼한다. 모리스는 그들의 신혼집으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을 꿈꾼다. 친구인 필립 웨브가 설계해 완성한 ‘레드하우스’는 ‘새로운 예술문화가 낳은 최초의 개인주택’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곳은 모리스와 제인의 보금자리였을 뿐 아니라 그와 동지들의 미술공예운동의 요람이기도 했다.
모리스는 1861년 가구 장식품 제조 판매사인 모리스ㆍ마셜-포크너사를 설립한다. 이곳에서 ‘모리스 벽지’를 제작하고, 국제 예술산업전에 공예품을 출품했으며, 세인트 제임스 궁과 빅토리아 앤 앨버트 미술관의 장식 작업을 맡았다. 또한 태피스트리를 비롯한 직물을 제작하고, 전시장을 개설하는 등 당대 최고의 디자이너로서 모리스의 눈부신 활동이 전개된다. 이른바 ‘아트 앤 크래프트’(미술공예) 운동이 본격화된 것이다.

아름다운 책을 향한 열정, 켐스콧 프레스
윌리엄 모리스는 1870년부터 중세와 초기 인쇄본의 서체나 장식 그리고 르네상스 시대의 아름다운 서체와 채식을 배우고 연구하여 그만의 독특한 서체와 장식을 만들고자 했다. 이러한 책을 향한 그의 열망은 결국 책 공방 켐스콧 프레스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켐스콧 프레스의 창립은 ‘아름다운 책’ ‘이상적인 책’을 향한 모리스의 죽음에까지 이른 열정과 집념의 소산이었다.
모리스가 공방의 창설에 맞추어 착수한 첫 번째 작업은 활자체를 만드는 것이었다. 모리스는 일생을 통해 세 가지 활자를 제작한다. 그 중 골든체로 알려진 로만체를 제일 먼저 만들기 시작했는데, 그가 이 서체의 모델로 삼은 것은 니콜라스 젠슨의 서체였다. 모리스는 골든체에 이어 트로이체(고딕체), 초서체 활자를 만들었다. 모리스는 이 세 활자 중 가장 큰 트로이체를 좋아했으며, 최고의 성공작으로 여겼다. 그러나 경제적인 이유로 부득이 이 서체를 축소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것이 『초서 작품집』에 사용한 이른바 초서체이다.
그가 우선 제작할 책으로 꼽은 것은 ‘캑스턴이 만든 책’이었다. 켐스콧 프레스는 이 영국 최초의 인쇄가에 대한 모리스의 열정적 외경의 소산이기도 했다. 캑스턴에 이어 모리스는 19세기 영국 작가들에게도 깊은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자신의 모든 저작들을 자기 손으로 제작하기를 바랐다. 켐스콧 프레스는 1898년 완전히 문을 닫을 때까지 모두 53종 66권의 책을 만들었으며, 종이 인쇄 2만 1, 401부, 벨럼 인쇄 677부의 ‘아름다운 책’을 출간했다. 그 중 중세의 작품이 22점, 근대 문예작품이 13점, 그리고 모리스 자신의 작품이 23점 포함되어 있다. 모리스는 자신의 공방에서 만든 모든 책들을 손수 디자인하고 644점의 이니셜을 비롯하여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장식을 그렸다.
그러나 무엇보다 모리스가 켐스콧 프레스를 창립한 가장 큰 목표는 초서 작품의 완벽한 출판이었다. 그는 에드워드 번존스에게 “죽기 전에 완전한 초서를 인쇄하고 싶네. 서체와 테두리장식은 나도 할 수 있지만 그림은 그대밖에 아무도 그릴 수 없네”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초서 작품집』은 1894년 8월 최초의 시쇄가 벨럼에 인쇄되었으며, 1895년 4월까지 초서 작품집의 일부인 ‘캔터베리 이야기’가 판각되었고, 1896년 5월 초 드디어 564쪽 적ㆍ흑 2색의 『초서 작품집』이 인쇄되었다. 『초서 작품집』은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와 더불어 책문화사상 최고의 걸작으로 기록된다.

켐스콧 프레스에서 간행된 책들은 제작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다. 그 책들은 당시에도 소유하기 벅찰 정도로 값비싼 책들이었고, 오늘날은 박물관의 소장품으로 귀중하게 보관되어 있다. 모리스가 만든 책들은 그의 장인정신이 빚어낸 빛나는 유산이며, 그가 우리에게 남겨준 선물이다.


정보제공 : Aladin

저자소개

이광주(지은이)

고려대학교 사학과와 같은 대학의 대학원을 졸업(학위논문 「근대 독일의 교양계층 연구」).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 유학 후, 충남대 교수를 거쳐 전주대 및 인제대 교수를 역임. 저서로는 『정념으로서의 역사』 『유럽사회 풍속산책』 『지식인과 권력: 근대 독일 지성사 연구』 『대학사』 『아름다운 지상의 책 한권』 『동과 서의 차(茶) 이야기』 『편력 : 내 젊은 날의 마에스트로』 『아름다운 책이야기: 윌리엄 모리스에서 중세 사본까지』 등.

정보제공 : Aladin

목차

목차
우리를 매혹하는 아름다운 책의 역사 : 책을 펴내면서 = 12
1 중세의 채식사본: 책은 성스럽고 아름다웠다. = 17
2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와 초기 인쇄본 = 53
3 빅토리아 시대와 삽화본 = 97
4 미술공예 시대의 도래와 프라이빗 프레스 = 117
5 윌리엄 모리스, 중세 고딕의 빛을 향해 = 145
6 책의 장인 윌리엄 모리스와 ‘이상적인 책’ = 177
7 『초서 작품집』, 작은 대성당 = 229
8 윌리엄 모리스의 죽음과 유산 = 255
Y형에게 : 책을 마무리하면서 = 268
참고문헌 = 270
인명 찾아보기 = 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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