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상세정보

상세정보

칼 : 김규나 소설 (3회 대출)

자료유형
단행본
개인저자
김규나
서명 / 저자사항
칼 : 김규나 소설 / 김규나 지음
발행사항
서울 :   문학에디션 뿔 :   웅진씽크빅,   2010  
형태사항
281 p. ; 20 cm
ISBN
9788901109619
일반주기
문학에디션 뿔은 웅진씽크빅의 단행본개발본부의 임프린트임  
000 00644camcc2200217 c 4500
001 000045604530
005 20100824131205
007 ta
008 100723s2010 ulk 000cf kor
020 ▼a 9788901109619 ▼g 03810
035 ▼a (KERIS)BIB000012111368
040 ▼d 222001 ▼d 244002 ▼d 211009
082 0 4 ▼a 895.735 ▼2 22
085 ▼a 897.37 ▼2 DDCK
090 ▼a 897.37 ▼b 김규나 칼
100 1 ▼a 김규나 ▼0 AUTH(211009)45976
245 1 0 ▼a 칼 : ▼b 김규나 소설 / ▼d 김규나 지음
260 ▼a 서울 : ▼b 문학에디션 뿔 : ▼b 웅진씽크빅, ▼c 2010
300 ▼a 281 p. ; ▼c 20 cm
500 ▼a 문학에디션 뿔은 웅진씽크빅의 단행본개발본부의 임프린트임

No. 소장처 청구기호 등록번호 도서상태 반납예정일 예약 서비스
No. 1 소장처 중앙도서관/제3자료실(4층)/ 청구기호 897.37 김규나 칼 등록번호 111589908 (1회 대출) 도서상태 대출가능 반납예정일 예약 서비스 B M
No. 2 소장처 세종학술정보원/인문자료실2(2층)/ 청구기호 897.37 김규나 칼 등록번호 151289474 (2회 대출) 도서상태 대출가능 반납예정일 예약 서비스 B M ?
No. 소장처 청구기호 등록번호 도서상태 반납예정일 예약 서비스
No. 1 소장처 중앙도서관/제3자료실(4층)/ 청구기호 897.37 김규나 칼 등록번호 111589908 (1회 대출) 도서상태 대출가능 반납예정일 예약 서비스 B M
No. 소장처 청구기호 등록번호 도서상태 반납예정일 예약 서비스
No. 1 소장처 세종학술정보원/인문자료실2(2층)/ 청구기호 897.37 김규나 칼 등록번호 151289474 (2회 대출) 도서상태 대출가능 반납예정일 예약 서비스 B M ?

컨텐츠정보

책소개

200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시, 섬세하고 치밀한 문장과 손에 잡힐 듯한 상황 묘사, 파격적인 설정으로 심사위원들의 감탄을 자아냈던 김규나의 첫 번째 소설집. '류진'이라는 필명으로 등단한 김규나는 다양한 양상으로 살아가지만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고 상처받고 다시 치유되는 인간 군상을 통해, 우리 시대 사랑과 그 뒤꼍의 실존을 흥미롭고 예리하게 해부한다.

불타는 하룻밤 사랑을 나누었던 남녀가 시체와 부검의로 만나는 역설적인 상황과 비애를 그린 등단작 '칼', 어린 시절부터 개그맨 친구에게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사랑마저 빼앗긴 한 외계인의 블랙코미디 '뿌따뽕빠리의 귀환', 모든 것을 가진 남자와 아무것도 갖지 않으려 하는 여자의 쓸쓸한 사랑을 그린 '내 남자의 꿈'을 비롯, 11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찔릴 듯 날카롭고 부서질 듯 섬세한,
우리 시대 사랑에 대한 낭만적 보고서


200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가, 폭풍 같은 신인 김규나 첫 번째 소설집

빠져나가려 할수록 더 깊숙이 파고드는 기억
심장을 어루만지던 칼날을 기억하는 당신은, 사랑을 안다



“흔들림 없는 문장 속에 등장한 ‘부검의’의 존재, 섬세한 묘사, 죽은 ‘당신’을 통해 발라낸 우리들의 실존…… 여태껏 등단 않고 어떻게 있었을까.”―윤후명, 서영은(2007’ 조선일보 신춘문예 심사평에서)

▣ 200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등단, 폭풍 같은 신인작가 김규나 첫 번째 소설집

200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시, 섬세하고 치밀한 문장과 손에 잡힐 듯한 상황 묘사, 파격적인 설정으로 심사위원들의 감탄을 자아냈던 김규나의 첫 번째 소설집 『칼』이 문학에디션 뿔에서 출간되었다. ‘류진’이라는 필명으로 등단한 김규나는 다양한 양상으로 살아가지만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고 상처받고 다시 치유되는 인간 군상을 통해, 우리 시대 사랑과 그 뒤꼍의 실존을 흥미롭고 예리하게 해부한다. 불타는 하룻밤 사랑을 나누었던 남녀가 시체와 부검의로 만나는 역설적인 상황과 비애를 그린 등단작 「칼」, 어린 시절부터 개그맨 친구에게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사랑마저 빼앗긴 한 ‘외계인’의 블랙코미디 「뿌따뽕빠리의 귀환」, 모든 것을 가진 남자와 아무것도 갖지 않으려 하는 여자의 쓸쓸한 사랑을 그린 「내 남자의 꿈」을 비롯, 11편의 단편이 우리 시대 사랑에 담긴 낭만과 통속성을 아로새기고 있다.


▣ 리얼하게 펼쳐지는 통속과 관능, 그 너머의 실존과 고독한 사랑 이야기

김규나의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순탄하지 않은 현실과 정서 속에 놓여 있다. 그러나 책장은 무겁지 않게, 춤추듯 술술 넘어간다. 그들은 모두 한두 번쯤 스쳐 지나간 듯 친근하고 평범한 인물들이며, 작가의 간결하고 속도감 넘치는 문체로 인해 독자는 쉬이 그들의 삶과 고민과 사랑 속으로 편입되기 때문이다. 이미 죽은 자의 시선에서 회상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등단작 「칼」의 설정은 상대적으로 조금 독특하지만(당신은 이런 모습으로 그녀 앞에 서게 될 줄은 몰랐다. 아니, 당신은 서 있지 않고 누워 있다. 예상치 못한 오늘의 만남이 난감하고 당혹스러운 건 그녀보다 당신이 더할지도 모른다. (중략) 당신은 그녀를 놀라게 한 것이 미안했다. 그녀의 어깨라도 감싸주며 난 괜찮다,고 안심시키고 싶었다. 하지만 당신은 그럴 수 없었다. 당신은 그저 차가운 스테인리스 테이블에 등을 대고 천장에 매달린 희뿌연 조명기구 아래 누워 있을 뿐이었다.(pp.7~10) 마술 같은 흡인력은 전 작품에 걸쳐 고르게 힘을 발휘한다. 부검의인 ‘나’는 몇 시간 동안 시체를 만진 날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그와 하룻밤을 보내지만, 마음이 향하는 그를 놓아둔 채 나와 버린다. (「칼」) 이혼녀인 ‘나’는 섹스 상대에 불과했던 유부남 ‘주원’을 깊이 사랑하게 되지만 주원이 자기가 지닌 모든 것을 포기하고라도 자신을 원하게 되는 순간 그를 놓아줄 준비를 한다. (「내 남자의 꿈」) 배우인 ‘이루’는 ‘연’을 미칠 듯 사랑하고 연기에 대한 감정까지 그녀를 통해 습득해 가지만, 그들의 지나친 사랑은 서로를 파괴하고 파멸로 몰아간다. (「거울의 방」)
모두의 삶과 사랑에 도사리고 있는 배신과 불안과 위협. 그리고 그 너머의 실존과 극복까지, 도시남녀들이 겪는 위태로운 사랑과 일상은 그저 우리의 다른 얼굴일 뿐이다. 다만 그들은 조금 더 아프게 찔린 상처를 지닌 남녀이고, 그래서 더 민감하고 예민하게 사랑을 나누고 받아들이고 저버린다. 그 사랑의 과정은 매우 관능적이면서 정서적으로 섬세하게 표현된다. 나아가 현실적인 묘사를 지나 인간이 지닌 본연의 외로움, 실존의 부분까지 건드리며 삶을 관통하고 있다.

당신의 삶은 언제나 조율이 잘 되어 있었다. 적어도 당신은 그렇게 생각하고 살았다. 너무 조이지도 너무 느슨하지도 않게, 아니 어쩌면 조금 탱탱하게 당겨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삶이란 어차피 느슨할 수는 없는 것이다. 팽팽하게 당겨진 줄만이 소리를 낸다. 하지만 팽팽함은 언제 끊어질지 모를 불안을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중략) 이 여자 안에는 몇 개의 줄이 있을까. 사람마다 지니고 있는 생명의 줄은 저마다 다르다. 기타가 여섯 줄, 가야금이 열두 줄, 마흔여섯 개의 현을 가진 하프도 있다. 질긴 가죽을 실컷 두들겨 맞아도 끄떡없는 드럼이나 눈부신 금속으로 튼튼하게 태어난 트럼펫, 또는 피아노처럼 다양한 절대 음을 가지고 있어서 아주 가끔 조율을 필요로 할 뿐인 사람도 있을 테지만, 언제 끊어질지 알 수 없는, 그리고 매번 스스로 최적의 음을 정확히 짚어내야만 하는 현악기 같은 운명을 살아야 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pp.18~21)

죽일 듯 할퀴고 상처 준 뒤 다시 눈물로 화해하고 미친 듯 섹스하며 상처를 핥아주는 여자와 남자. 그런 연애만큼 뜨겁고 흥분되는 것이 또 있을까. 바다에서 갓 건져 올려 파닥이는 은빛 갈치처럼, 어둠 속에서 몸부림치는 그들의 상처 난 영혼이 느껴져 나는 소름끼쳤다. 헤어질 수밖에 없었으리라. 서로의 눈을 바라볼 수조차 없을 만큼 가까운 사이. 손 내밀어 잡을 수 없을 만큼 너무 내밀한 사이. 사랑이란 반드시 간격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더 이상 다가갈 빈 공간이 없다는 것은, 너무 먼 단과 나처럼 대화도 섹스도 이미 존재하지 않는 먼 사이만큼이나 위험한 것이다. 너무 멀어서, 혹은 너무 가까워서 사랑은 가끔 참을 수 없이 슬프다. (p.153)


▣ 사랑과 세상에 상처받은 이들을 위로하는 날카롭고 아름다운 문장과 문학의 힘

작가의 섬세한 문장과 문학성은 「달, 컴포지션(Composition) 7」과 「뿌따뽕빠리의 귀환」, 「코카스칵티를 위한 프롤로그」에서 빛을 발한다. 자신이 아닌 다른 여자와 결혼하는 애인에게 갓 낳은 아이마저 빼앗기고 연락조차 금지된 나는, 지금 청탁받은 원고 때문에 고심 중인 소설가이다. 신산하고 무기력한 삶에 서서히 손을 건네는 한 사진작가가 주는 영감, 그리고 칸딘스키의 구성에 대한 상념과 다채로운 심상이 펼쳐지는 단편 속 산문은, 모호하고도 아름다운 문체의 절정을 보여 준다.

비가 내리지 않는다. 바람이 불지 않는다. 비가 내린다는 것은 호수를 꿈꾼다는 것이다. 바람이 부는 것은 머물고 싶기 때문이다. 둥글던 달이 반쪽이 되었을 때 계수나무는 어디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것일까. 반달이 다시 그믐달로 사라질 때 토끼는 어느 나무 밑동에 숨는 것일까. 분화구, 검게 솟아오른 모래언덕 위에 토끼털 조끼를 입은 도마뱀이 계수나무로 만든 지팡이를 짚고 서 있다. 달의 이쪽과 저쪽에 서 있는 당신과 나는 멀다. 밤새 걸었으나 거리는 좁혀지지 않았다. 토끼가 없는 달을 당신은 떠나지 못할 것이다. 계수나무 사라진 달을 나는 지켜낼 수 없을 것이다. 내가 당신을 떠났다는 뜻은 아니다. 내가 당신을 기다리겠다는 것은 아니다. 비는 땅을 적시지 못할 것이다. 바람은 나뭇잎을 흔들지 못할 것이다. 도마뱀은 잠들지 않을 것이다. 달은 뜨지 않을 것이다.―컴포지션/소묘5(pp.47~48)

「뿌따뽕빠리의 귀환」은 발랄하고 유쾌하다 못해 코믹한 문장으로 전개되지만, 늘 소외감과 상실감에 몸부림쳐야 했던 한 남자의 서글픈 분투기이자 고발문이기도 하다. 우심증을 지니고 태어난 ‘나’는 외계인이어서 지구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라 자위하고, 그 망상은 매우 설득력 있게 펼쳐진다. 그러나 현실은 더없이 잔혹하다. 그는 어릴 때부터 짝이었던 찬수에게 아이디어를 늘 도둑맞고 결국은 마음에 두었던 여자까지 순식간에 빼앗긴다. 결혼식장에서 찬수가 버려진 그녀의 칼에 찔려 죽고나서야 상황은 역전된다. 나는 찬수가 지구를 떠난 뒤 SF작가로서, 시나리오 작가로서 비로소 성공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 아이러니하고 비극적인 상황을 작가는 매우 노련하게 빚어내며 읽는 쾌감을 선사하고 있다.

지구체험 시 요원에게 갖춰줄 조건은 몇 가지로 압축되었다. 정착 환경이 지나치게 좋아 회귀욕구를 잃지 않도록 할 것, 지구인과 구별될 정도의 탁월한 재능은 갖되 정체가 탄로 나지 않도록 평범해 보일 것. 따라서 아버지는 무능하고 어머니는 극성스러워야 했으며 일가친척 중 그들을 도울 만한 인정머리를 가진 자는 절대 없는 게 좋다고 판단됐다. 이미 여러 자녀를 두어서 부모가 나를 천덕꾸러기로 여기길 바랐고 오로지 공부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무난한 연애를 방해할 만큼의 소심한 성격이 선호되었다. 이러한 조건에 맞는 가정을 택해 나는 삼십칠 년 전 지구로 보내졌다. (중략) 심장을 오른쪽에 달아놓은 것을 시작으로 내게 선택된 모든 상황은 인간으로 살기엔 거의 최악의 조건에 가까운 것이었다.(pp.61~62)

우울증에 시달리며 삶을 힘겨워하는 남편을 위해 여자는 골동품 가게에서 칼을 구해 책상에 올려놓는다. 그렇게 자살 아닌 자살을 한 남편과 함께 어딘가로 사라져버리는 이 결말은 ‘사랑의 완성’까지는 아니더라도 문학적인 여운을 남기기에는 충분하다.

눈은 새벽이 되어서야 그쳤다. 흑백의 단조로운 세상에서 깨어난 새들은 눈을 털기 위해 날개를 퍼덕거렸고 땅을 박차고 하늘 위로 힘껏 날아올랐다. 나뭇가지에서 눈덩이들이 툭툭 떨어졌다. 앰뷸런스의 사이렌이 멈추고 구급대원들이 서둘러 움직이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여자가 남편의 손에 나침반 하나를 쥐어주었다. 그리고 차가워진 남편의 손을 꼭 움켜잡았다. 여자가 낮은 목소리로 숫자를 세었다. 하나. 둘. 셋. 순간 두 사람의 몸이 붕 떠올랐다. 두 사람을 묶은 밧줄이 탄탄하게 잡아당겨졌을 때, 그래서 두 몸이 허공으로 솟구쳐 오르는 무중력의 순간, 여자가 단번에 줄을 끊었다. 사람들이 벌컥 문을 열었다. 방 안엔 아무것도 없었다. 칼에 찔린 남자도, 그 옆에 누웠던 여자도, 사람들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p.131)


▣ 찢기고 찔리고 갈라져도 또다시 사랑, 그것이 인간이다

사랑에든 삶에든, 몇 번을 찔리고 배신당하고 몸서리쳐도 결국 인간은 제자리로 돌아오고 상처는 재생된다. 이 지점에서 인간은 비극과 축복을 오가며 다음 날 다시 눈을 뜨고야 마는 것이다.
주부인 ‘미금’은 남편과 함께 운영하던 슈퍼를 그만두게 되자 아이들과 남편을 위해 마트에서 일을 시작한다. 그러나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소외당하고 심지어 남편이 다른 여자와 춤추는 꼴을 우연찮게 목격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래도 버릴 수 없고 살아야 하는 가족이고 옛사랑이자 현재의 사랑인 것을. 그녀는 애꿎은 북어를 두드리며 다시 아침을 준비한다. (「북어」) 평범한 중산층 주부였던 나는 남편이 소년 같은 표정으로 젊은 여자를 만나는 광경을 보고 마음의 문을 닫는다. 그리고 만나게 된 현일과의 입맞춤을 딸 다인이 목격하면서 엄마는 죄인이 된다. 내적으로는 붕괴되어 가는 가정이지만 엄마인 나는 그래도 가족을 위해 신발을 정리하며, 들어갈 곳을 찾는 테트리스 조각 같은 신세를 한탄한다. (「테트리스 2009」)

나는 천천히 무릎을 꿇는다. 손을 내밀어 쓰러지고 넘어져 있던 남편과 아이들의 신발을 하나씩 일으킨다. 굽이 닳아버린 낡은 구두 한 켤레와 때 묻은 두 켤레의 운동화를 줄 맞춰 차례로 세워놓는다. 테트로미노들처럼 빈자리가 없도록, 어둠 속에서 세 켤레의 신발들이 서로서로 몸을 맞춘다. 나는 더듬더듬 저만큼 혼자 누워 있던 까만 구두를 집어 든다. 남편과 아이들 신발 사이에 틈을 만들고 내 구두를 나란히 끼워 넣는다. 이마를 맞추고 서 있는 네 켤레의 신발들을 가만히 쓰다듬는다. 목구멍 안에서 슬픔 같은 것이 치밀어 오른다. 아침이 되면 모든 것은 다시 제자리를 잃고 뿔뿔이 흩어져버릴 것이다.(p.230)

「바이칼에 길을 묻다」에서 여경은, 자신의 실수로 교통사고를 내 아이를 잃고 고통스러워하다가 이혼한 뒤 바이칼 호수에 도착한다. 이끌리듯 물에 몸을 담그고 세상의 모든 인연을 버리려는 순간, 또 다른 사랑의 상처를 지닌 준하가 그녀를 구해낸다. 사랑을 잃고 나서야 사랑을 깨달은 공통점을 가진 두 사람은 남녀 그 이상의 구원자가 되어 서로를 품에 안고 치유받는다. 나는 현실에서는 이제 ‘주원’과 함께할 수 없음을 알지만, 지금 이 순간만은 그의 아름다운 꿈을 방해하고 싶지 않다. (「내 남자의 꿈」)

태아처럼 등을 잔뜩 웅크리고 자던 주원이 몸을 뒤척이며 바로 눕는다. 배냇짓을 하듯 그의 얼굴에 희미하게 웃음이 번진다.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 그는 벌써 아프리카 초원에 도착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높은 바위 위에 앉은 푸른 갈기 사자를 만났을까. 그 옆엔 나도 있을까. 나는 이마에 흘러내린 그의 머리카락을 쓸어 올린다. 주원은 아버지 그늘을 떠나 살 수 없다는 걸 곧 깨닫게 될 것이다. 나 또한 아프리카 따위에 가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그의 꿈을 깨우지 말고 잠시 놓아두고 싶다. 주원이 잠을 깨고 일어나면 따뜻한 우유를 한 잔 마시도록 하고 샤워를 시킨 뒤 그의 자리로 돌려보내야 하겠지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가 꿈을 꾸도록 놓아두고 싶다.(p.106)

신인답지 않게 노련하고 치밀한 작가 김규나는, 섣불리 가르치거나 대안을 제시하며 독자를 끌어들이지 않는다. 그에게 있어 문학은, 소설은, 삶이라는 투쟁에 함께하는 동지인 독자를 위한 위로이다. 문학과 예술의 기능이 알리고 가르치고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따사로운 위로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작가. 뻣뻣하게 굳어져 갈라진 장기를 열고 나서야 비로소 그의 내면에 가득했던 외로움과 절망을 이해했던 「칼」의 부검의보다 더 명민한 작가인 셈이다. 사랑 이면의 고독과 절망에 고통받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말을 걸고 ‘그래도 괜찮아.’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김규나의 작품은 한국소설에 또 하나의 선물로 기억될 것이다.


정보제공 : Aladin

저자소개

김규나(지은이)

2006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내 남자의 꿈’이, 200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칼’이 당선되었다. 2006년 수필집 『날마다 머리에 꽃을 꽂는 여자』를 발간했고 2007년 제25회 현대수필문학상을 받았다. 2010년 단편소설집 『칼』, 2017년 장편소설 『트러스트미』와 『체리레몬칵테일』, 2018년 영화와 문학으로 해석하는 시대 성찰 에세이 『대한민국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1・2권을 발간했다.

정보제공 : Aladin

목차

칼……7
달, 컴포지션(Composition) 7……33
뿌따뽕빠리의 귀환……55
내 남자의 꿈……83
코카스칵티를 위한 프롤로그……109
거울의 방……133
북어……157
차가운 손……185
테트리스 2009……211
퍼플레인……233
바이칼에 길을 묻다……257
작가 후기……279


정보제공 : Aladin

관련분야 신착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