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KBS2 [사랑의 가족]에 출연해 많은 화제를 뿌린 신승우 시인의 첫 시집. 시인은 군 제대 후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로 1급 장애인이 되었지만 나름대로 삶을 긍정하고 극복해냈다. 그 일환으로 웃음을 잃지 않고 도전 정신으로 시를 쓰고 있다. 장애인 극단을 운영하고 있고 사진작가의 활동을 하고 있으며 장애인 자립생활 센터의 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신승우 시인은 남다른 감각 기관을 가지고 있다. 선천적으로 발달한 감각 기관을 가진 것이 아니라 의지로써 감각 기관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시인은 봄 흙에서도 발 냄새를 맡는다. 자신의 삶에서 뿌리를 감지할 수 없는 형편이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시인은 의지로써 감각 기관을 활용한다. '푸른사상 시선' 9권.
신승우 시인은 남다른 감각 기관을 가지고 있다. 선천적으로 발달한 감각 기관을 가진 것이 아니라 의지로써 감각 기관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시인은 봄 흙에서도 발 냄새를 맡는다. “흙 알갱이들이 손끝에서 흘러내린다./냄새를 맡아보니, 작은 발 냄새가 난다./네 작은 발 냄새”(「봄흙」). 봄 흙에서 작은 발 냄새까지 맡으려는 시인의 의지는 굳건하다. 자신의 삶에서 뿌리를 감지할 수 없는 형편이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시인은 의지로써 감각 기관을 활용한다.
시인의 의지는 인연의 대상들에 대한 미안함과 간절한 사랑에서 비롯된다. 그와 같은 면은 시집의 표제작에서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바람 부는 언덕에 동생을 두고 왔다.
곁에 아무도 없어, 혼자일 텐데, 무섭고 외로울 텐데.
원인 모를 두통이 그치질 않는다. 머리 한 편이 바람에 얼얼했다.
흙손을 붙잡아 닦아주면 하얗게 빛나며 나타나던 손바닥은 내 손에서 떨어진 적 없었다. 빠진 이 창피한 줄 모르고, 활짝 보이며 웃던 소리가 귀에서 내려간 적 없었다. 그 입으로, 하루 종일 혀 짧은 소리로 지저귀던.
동생은 내가 책 읽는 걸 좋아했다.
공부를 하면 나중엔 사탕을 주며, 종일 놀아줄 줄 알았나보다
책을 펼치기만 하면 놀아달라 보채지도 않고, 물끄러미 지키다 잠이 들곤 했다.
책을 읽고 언덕을 내려와 한 일을 생각해보면,
승진도 결혼도, 뭣도 아닌, 바람부는 언덕에 동생을 두고 온 것이다.
나도 사람이었다. 언덕 쪽으로는 고개가 돌아가지 않았다. 독한 심장이 짐승의 목
을 잡아채었다.
나도 안다. 허기진 몸에 부는 바람은 살갗을 뚫는다는 것을,
나는 또 안다. 언덕에 동생을 두고 와, 이제는 두툼한 옷이 배부른 몸을 감싸고 있지만,
죽어서도 그 언덕 바람은, 그치지 않을 거라는 것을,
-「나를 두고 왔다」전문
시인은 자신이 내려온 언덕 위에 “나를 두고 왔다”고 말한다. 자신과 동일시되는 약하고 어린 동생을 지켜주지 못하고 자기 혼자만 빠져나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인은 동생이 남은 장소를 “바람 부는 언덕”이라고 여긴다. “곁에 아무도 없어, 혼자일 텐데. 무섭고 외로울 텐데.”라고 동생을 걱정한다. 시인에게 언덕의 바람은 “죽어서도” “그치지 않을” 것이다. 시인은 그 죄의식 때문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두통에 시달린다. 머리 한쪽이 얼얼하기도 한다. 어린 동생의 손을 어쩌다 놓치게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동생을 사랑하는 마음이 극진한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시인의 마음이 시를 쓰는 동력이다. “나도 안다, 허기진 몸에 부는 바람은 살갗을 뚫는다는 것을”, 그 날카로운 바람은 결코 그치지 않을 것이다. 이와 같은 상실감과 죄의식을 안고 있는 한 시인은 동생을 위해, 아니 자기 자신을 위해 시를 쓰는 것이다. 한 인간 존재로서 사랑을 지키고 의지를 갖기 위해 부단하게 바람 부는 언덕을 향할 것이다. 그리하여 시인의 마음은 혈관을 적시고 뼛속까지 달린다.
시인에게 무난하거나 평온한 사랑은 곤란하다. “사랑 영화였다./사랑은 언제나 곤란한 문제다./가만히 찾아 쥐는 손이, 축축해서 쳐다보니,/울고 있다./슬픔이 터졌다./팝콘이 터졌다.”(「영화를 보다」). 시인의 사랑에는 무수한 감정의 잔뿌리가 들어 있다. 사랑은 살갗을 뚫고 혈관까지 파고드는 감정이다. 그리하여 사랑은 뼛속을 질주할 정도로, 아무나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속도를 낸다. 시인은 뼛속을 달려가는 사랑 때문에 울음을 터뜨린 적이 많다. 그리하여 사랑을 알고 있다. 사랑을 알기 때문에 “맨발이었고, 낄낄거렸고 그러다가도 엉엉 울었다. 미친 것 같이.”(「그 단어의 뼛속」). 그리고 “쉬어터지도록 사랑해도, 죽어 잊혀지고 마는, 별의 하루가 가는구나./삭힌 홍어를 코에 담아 나온 저녁은, 밤보다 어두웠다…… 산꼭대기에 올라서서 너에게 편지를 쓰는 것, 바다 깊숙이 들어앉아/네 이름을 불러주는 것”(「문장의 저녁」)을 놓치지 않고 있다. 시인은 골목 끝에서 사랑의 잔상들을 오래 지켜본다. 그리고 그 “골목으로 가자.”(「문장의 저녁」)라는 마음으로 노래 부르고 있다.
모든 시인은 사랑 때문에 아프지만 신승우 시인의 경우는 특히 그러하다. 그의 사랑은 다른 시인들보다 뼛속까지 파고들고 있다. 그는 외지고 캄캄한 골목에 놓여 있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있지만, 언덕 위에 두고 온 동생의 울음소리를 잊지 못한다. 그리하여 슬픔과 속죄의식과 간절한 사랑으로 시를 쓴다. 남다른 감각 기관으로 슬프고 아름다운 사랑을 절실하고도 극진하게, 그리고 웃음을 잃지 않고 행복하게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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