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드롬에 가까운 열광 속에서 ‘닮고 싶은 롤모델’에서 ‘따르고 싶은 리더’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는 안철수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화두는 무엇이며, 지금 왜 그것에 주목해야 하는지에 대해 쓴 책이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는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정부의 기득권 옹호 경향에 대한 분노가 ‘'안철수 현상’을 불러왔다고 진단했다. 안철수가 강조한 ‘참여’, ‘원칙’, ‘상식’ 등이 젊은 층의 공감을 얻은 결과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안철수가 열광의 대상이 되는 것은 그가 자신의 삶으로 대중을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성실한 노력으로 성공의 열매를 거둘 수 있다는 믿음, 아니 그런 사회가 올바른 사회라는 믿음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대중은 경쟁을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반칙하지 않는 공정한 경쟁을 원하고 있다. 따라서 ‘반칙하지 않고’ ‘치열한 경쟁’을 통한 성공을 거둔 안철수가 말하는 ‘공정한 경쟁에 대한 주문’에 대중이 환호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우리가 안고 있는 사회 전반의 문제들이 안철수 한 사람을 통해 씻은 듯이 해결되는 것은 아닌 이상, 안철수가 던지고 있는 화두를 차근히 곱씹으며 우리가 할 일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을 통해 안철수 개인의 성장사를 들여다보며 그에게서 배울 점을 취하는 것이 아닌, 어려운 환경을 헤쳐나가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며, 또 그것을 통해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를 함께 생각해본다면 더욱 의미가 있을 것이다.
젊은 직장인들의 희망 멘토 1위, 대학생들이 가장 본받고 싶은 롤모델 1위, 2030 창의성 롤모델 1위, 우리 시대 가장 존경받는 CEO 1위, 미국 시사 주간지 [비즈니스 위크Business Week]가 선정한 ‘아시아의 스타 25인’, 다보스포럼이 뽑은 ‘차세대 아시아의 리더 한국 대표 18인’, 한국 윤리경영 대상 투명 경영 부분 대상…… 바로 안철수연구소의 설립자이자 지금은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로 있는 안철수에게 따르는 수식어들이다.
지켜야 할 가치가 있다면 모두 다 버려라
1990년 단국대 의대 학과장이 된 이후로 현재까지 약 20년이 지나는 동안 안철수가 자신의 이름 앞에 붙인 타이틀은 매우 많은데, 의사, 프로그래머, 벤처기업 CEO, 교수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개인으로서는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는 큰 업적이자 얻기 힘든 직함들이다. 그런 직함들을, 안철수는 50년 남짓 사는 동안 두루 거쳤다. 하지만 우리가 안철수의 이력서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그가 이러한 훌륭한 지위와 자리를 획득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가 스스로 그 자리를 버렸다는 점이다.
1995년에는 의대 학과장의 자리를 버렸다. 미래를 알 수 없는 벤처기업 CEO가 되기 위해서였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05년에는 자신의 이름을 따서 만든 회사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다시 학생이 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2011년, 안철수는 지지율 50%를 넘나드는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불과 5%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던 박원순 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게 양보했다. 이변이 없는 한 얻을 수 있는 자리라고 예측되었던 서울시장이라는 이름을 포기한 것이다. 하지만 이 조건 없는 양보 이후, 안철수는 대선후보로 분류되는 정치인 가운데 부동의 1위를 지켜온 박근혜와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대항마로 떠오르며 대권주자로까지 떠밀려가고 있다.
유시민 통합진보당 대표는 한 인터넷 매체에서 안철수가 ‘뜨기 위해 노력한’ 것이 아니라 대중이 그를 ‘발견’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이 말은 민심이 누군가가 의도해서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대중이 욕망하는 것을 어떤 사람을 통해 스스로 깨닫게 된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안철수를 ‘발견’하게 된 것일까? 아니, 왜 다른 사람이 아닌 ‘안철수’인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 수평적 네트워크
“젊은 사람들의 도전정신은 옛날 못지않지만 더 큰 구조적 모슨 때문에 숨통이 막혀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는다. 한번 도전해 실패했을 때 새로운 도전 기회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도전정신 강한 학생들을 안전 지향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도록 사회가 몰아붙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대기업은 말로는 창의성 있는 인재를 찾는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아닌 것 같다. 기업에서 말로 주장하는 것과 실제로 뽑는 것이 다르다 보니 창의적인 인재보다는 스펙으로 가려내게 되고 그 점이 모든 불행의 시작이다.”
“규제만 철폐하고 감시 기능을 강화하지 않으면 불법적인 약탈 행위를 방조하는 결과가 나온다. 룰은 단순화하되 심판의 감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심판을 다 없애버리면 반칙이 일어나는 무법천지가 되고 만다. 결국 대기업에 특혜만 주고 그냥 놔두다 보니까 중소기업은 불공정거래 관행에 빠져서 양극화가 더 심해진 결과가 나타났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들이 불공정거래 관행으로 이익을 못 내게 하니까 고용을 더 확대할 여력이 없다. 마지막 남은 탈출구가 창업인데, 새싹들을 짓밟는 우리나라 대기업 때문에 이것도 안 된다.”
안철수는 벤처와 중소기업 중심, 창의성 강조, 동반자적 관계, 공정한 경쟁과 나눔을 줄곧 역설해왔는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수직적 하청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머지않아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아이폰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콘텐츠, 비즈니스 모델의 융합체”라고 강조하면서 “우리나라 기업은 혼자만 나오고 외국 기업은 여러 네트워크를 가지고 연합군으로 시장에 나오기 때문에 힘이 딸린다. 이제는 네트워크에 대한 개념 없이 기술로만 이길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고 설파했다.
세상에 무엇을 줄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하라
공동의 가치관이 붕괴된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집단들이 자신들의 이해와 이익에 따라 행동하며 집단 이기주의가 승하고 있다. 이견이 발생했을 때 서로 간의 대화나 제3자의 조정에 의해 합의를 이끌어내기보다는 서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팽팽하게 대립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안철수는 지금이 혼란 상태에 빠져 있는 사회적인 가치관을 바로 세우는 문제에 대해 공론화할 시점이라고 말한다.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인 합의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사회를 구성하는 주체들 간의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믿을 수 있는 중재자의 역할이 규정되어 있거나 투명성이 보장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교육이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소양을 길러주는 데 목적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나 배려는 점점 찾기 힘들게 되어가고 있다. 나만 옳다고 생각하고 나만의 시각이나 판단에 따라 일을 처리하니 커뮤니케이션 능력 또한 부족하다. 이런 사람들이 모여 대화를 하면 할수록 오해가 커지고 불신이 깊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성공을 100% 개인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머리가 좋고 개인적인 성공만 추구하는 사람이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가를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에 대한 사명감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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