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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90 | ▼a 897.17 ▼b 박숙경 날 | |
| 100 | 1 | ▼a 박숙경 ▼0 AUTH(211009)4995 |
| 245 | 1 0 | ▼a 날아라 캥거루 : ▼b 박숙경 시집 / ▼d 박숙경 |
| 260 | ▼a 서울 : ▼b 문학의전당, ▼c 2016 | |
| 300 | ▼a 135 p. ; ▼c 21 cm | |
| 440 | 0 0 | ▼a 문학의전당 시인선 ; ▼v 227 |
| 536 | ▼a 이 시집은 2016 대구문화재단 문화예술진흥사업 지원으로 출간되었음 | |
| 945 | ▼a KLPA |
Holdings Information
| No. | Location | Call Number | Accession No. | Availability | Due Date | Make a Reservation | Service |
|---|---|---|---|---|---|---|---|
| No. 1 | Location Main Library/Monographs(4F)/ | Call Number 897.17 박숙경 날 | Accession No. 111785077 (1회 대출) | Availability Available | Due Date | Make a Reservation | Service |
Contents information
Book Introduction
문학의전당 시인선 227권. 2015년 계간 <동리목월>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박숙경 시인의 첫 번째 시집. 유독 작고 여리고 애틋한 것들에게 오래 눈길을 멈추는 박숙경 시인은, 그러나 세상의 모든 식물들과 동물들, 물체들과 사람들에게 “다 인사할 수가 없음”을 안타까워하며 수많은 생의 순간들과 떠도는 이야기들을 건너 ‘꿈’에 닿으려고 노력한다.
이생이 다만 꿈길이어서 떠나버린 당신을 꿈속에 불러올 수 있고 만날 수 있듯이, 시인은 꿈을 꿈꾸면서 견딘다. 뭔가 아물거리고 그리운 것들이 이룰 수 없는 ‘꿈’에 초대받아 소곤소곤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돌아온 것만 같은 시인은, 예민하고 섬세한 감수성과 부드러운 눈빛으로 세상의 ‘사이’들을 들여다보고, 다시 그것들을 다감한 시의 언어로 빚어 이 시집을 통해 우리에게 들려준다.
떠도는 사담(私談)들을 건너 꿈에 닿기
신경(神經)을 쓴다, 라는 말은 어떤 일에 대한 느낌이나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는 뜻이다. 그것은 아무리 쫓아내도 사라지지 않고 뇌와 가슴을 자극하며 괴롭힌다. 감각이 예민한 사람일수록 정도가 심하다. 일식(日蝕)이 일어날 때 온몸이 추워서 덜덜 떨거나, 오랜 시간이 지나도 치유되지 않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사람은 그만큼 감각세포가 예민하기 때문이다. 시인들은 그런 존재다. 박숙경 시인 역시 예민한 감각의 소유자로 생각이 많고 세상의 떠도는 사담(私談)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시인이 생을 견디는 방식은 ‘건너뛰기’이다.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서로 밀착되어 깊은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건너가고 건너오는’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건너뛴 자리에는 무수히 많은 ‘사이’들이 발생한다. 그 사이는 “우연과 필연의 행간이 고요히 읽혀”(「행복한 일」)지는 장소다. 어떤 관계가 파탄 나거나, 상처가 끝난 자리를 혼자 들여다볼 때, 건너온 시간을 생각할 때 맺히는 장소가‘사이’이며 그곳엔 시인의 사유로 가득 차 있다.
소나기 한줄기 후드기는 일
짧은 소나기 뒤에 남은 흙냄새의 여운이
빈 화분에 아무 말 없이 흰 봉숭아꽃 피웠을 때 아무 일 없었다는 게 아니었다는 걸 그때서야 깨달아질 때
오른쪽이 뜯겨진 채로 뒤뚱거리며 초록의 풍경이 되어주려는 노랑나비 갈비뼈의 무늬가 생각날 때
-「행복한 일」 부분
기억은 한쪽 날개가 찢겨진 채로 뒤뚱거리며 식물에 앉는 나비처럼 남아 있다. 뭔가 완전하지 않고 실체도 없지만 남아 있는 것. 상처의 ‘여운’이 ‘행간’을 만들고 시인은 우연처럼 필연처럼 자신에게 온 그 행간을 들여다본다. “이미 추억이 아닌 것들에 대한 원망을 가라앉히며/바탕색을 검정에서 하양으로 바꾼다”(「천개의 문?청송교도소에서」). 시인에게 남겨진 건 흰 시간들인 것이다. 그래서 시인은 흰 페이지를 갖게 되고, 실존의 고통 뒤에 오는 휴식과 고요함을 느낄 수 있게 된다. 그가 건너온 시간과 시간에 ‘사이’라는 공간이 발생했다는 건 시인의 내적, 외적 상처가 그만큼 깊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 관한 몇 편의 시를 살펴보면,
그 사이와 사이사이
다시 힘줄 불거진 손등,
질긴 삶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아찔한 뒷모습이
12월처럼 뭉클하다
-「생의 뒤 페이지를 스캔하다」 부분
바람 든 겨드랑이마다 새살 돋아
사이사이 눈물꽃 매단 붉은 사랑
생전과 생후, 생의 한가운데쯤에서도
격랑보다 더 뜨거운 여름을 건넜으리라
-「꽃기린」 부분
삭풍과 삭풍 사이, 잴 수 없는
내 아둔한 요량으로는 억만 광년쯤이나 될 듯합니다
-「겨우살이」 부분
몇 다발 뭉게구름의 소리를 장안문과 화서문 사이 허공에 걸어놓으면 바람 없이도 펄럭거리지
대웅전 기둥과 기둥 사이 줄지어 선 염원은 악보 없이도 세레나데풍의 고백이 되고
-「소리의 무늬」부분
억새와 갈대 사이
침묵과 말줄임표 사이
고요와 적막의 그 사이를 뚫고
밤안개의 물밑작업은 시작되고
더 말개진 그대를 내가 껴안는 건지
발목 빠진 나를 그대가 껴안아주는 건지는 중요하지가 않았어요
-「우포의 달」 부분
시인의 상처는 곧, ‘흰 페이지’ 위에서 뭉클해지고 “붉은 사랑”으로 꿈꾸어진다. 그것은 시인이“악보 없이도 세레나데풍의 고백”을 ‘염원’으로 불타오르게 할 수 있는 힘이 된다. 박숙경 시인은 특유의 섬세한 감수성으로 ‘사이’의 시학을 만들고 우주의 이미지들을 배후로 자신의 관념을 노출시킨다. 시인의 진술은 설명되고 이해되어지기보다는 그냥 바라보고 사랑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에 이유를 만들어낼 필요가 없듯이 타자와 타자가 사랑하는 데는 “고요와 적막의 그사이를 뚫고/밤안개의 물밑작업이 시작”되는 것처럼 고독하고도 내밀한 것이다. 그래서 두 개의 빛은 서로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하나의 빛으로 뒤섞일 수 있다. 또 다른 ‘사이의 시학’을 살펴보자.
수직으로 선 침묵과 적막 사이엔
오래토록 꿈꾼 겹겹의 영원
날 끝 무뎌진 바람의 손바닥에
사랑은 하얗게 태우는 것이라고 까맣게 적었다
-「자작나무 숲에 들다」 부분
우듬지 가지 사이사이 일제히 조등을 내걸던
11월의 착한 감나무가 까아만 어둠 속에서 솟아올라요
…(중략)…
생성과 소멸
모든 것이 찰나인가 봐요
-「통화권 이탈」 부분
당신과 나 잠든 사이
동이 트려 하는데
갈매기가 날고
흰 파도가 일고
내가 아는 그곳에
내가 모르는 것들도 있어서
내가 다 아는 체 할 수 없네
-「해돋이」 부분
그래봤자 요지부동의 애매한 말들과 모호한 생각 사이에
애매모호의 공간을 만들기도 한다
-「미스킴라일락」 부분
앞에서 언급했듯이, 인용한 시들에서 박숙경이 보여주는 ‘사이의 시학’은 관계 맺기에 관한 것이다. 사이가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혹은 한 물체에서 다른 물체로, 혹은 한 사람에게 건너가기 위한 것이라면 상처는 필연적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시인이 만들어내고 있는 ‘사이’의 결이 매우 섬세하다. 시인은 먼 것과 먼 것의 관계에서 ‘사이’를 보는 게 아니라 매우 가까운 것들에게서 틈을 발견해내고 있다. “억새와 갈대 사이/침묵과 말줄임표 사이/고요와 적막의 그 사이”와 “침묵과 적막 사이” “대웅전 기둥과 기둥 사이” “삭풍과 삭풍 사이” “우듬지 가지 사이사이”들은 한 몸이거나 구별이 힘든 것들이다. 그래서일까? 시인은 사랑하는 “당신과 나”에게도 ‘사이’가 있다고 한다.
산 어귀에서 자귀나무인지 미모사인지 잠시 헷갈리는 사이
오르막길, 턱밑에 거미줄이 걸렸을 때
밤새워 일했을까 궁금한 사이
돌탑 꼭대기 돌멩이 올려놓으며
바람 불면 떨어질까 그대로 있어줄까 신경 쓰이던 사이
얌전한 제비꽃에 마음 살짝 다녀온 사이
청설모 한 마리 묵은 솔방울 안고 나무와 나무 사이를 폴짝거리던 사이
사이와 사이에 몰두하다 내려갈 지점 깜빡 놓쳐버린 사이
-「그 사이에」 부분
인용한 시에서 보듯 시인은 “사이와 사이에 몰두하다 내려갈 지점을 깜빡 놓쳐버리는 사이”에 골똘하게 머물러 있다. 그렇다면 사이는 어떻게 발생했을까. 그건 지나가고 지나오고, 건너갔고 건너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살면서 무수히 많은 순간을 지나고 건넌다. 순간이 영원으로 남는 건 기억 때문이다.
지금은 푸른 겨울 스토브리그
얼마 전 소설(小雪) 바람이 지나갔어요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나만의 서식처 이코노미클래스에서 환한 독립을 꿈꾸는
이미 슬픈 자화상
나는 캥거루
무엇을 물었어라고 물으면
그저 캥거루
곧 비즈니스클래스 쪽으로 건너뛸 거예요
-「날아라 캥거루」 부분
시인의 현실은 좁은 좌석에 앉아 “목을 조여 오는 시간의 불편함”과 “막막한 갈증”을 견디고 있는 것이다. 그런 곳이 현재의 서식지인 셈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모리셋파크”를 생각할 거라고 한다. 멀리 날아가지도, 도망치지도 못하는 캥거루의 운명은 “날카로운 말의 화살에 꽂힌 살갗”과 “맑은 눈물방울”로 현실을 견뎌내는 것이다. 시인은 말한다. “얼마의 너머를 건너다보면/가까운 훗날이 눈부시게 다가서겠죠”라고. 캥거루가 날아오른다는 것은 캥거루가 한 발자국 더 앞으로 나아간다는 뜻이고, 그것은 곧 자기 인생의 ‘사이’를 깊게 만든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날아라 캥거루」는 희망과 꿈의 도약으로 읽혀진다. 그는 또 다른 시에서 “지금은 어느 한 끝에 서 있는 기적을 위하여/뜬눈으로 몇 개의 계절을 건너뛰거나/영하에 맨발로 내쳐진 한기도 견뎌야 하리”(「꽃기린」)라는 표현을 통해 ‘견딤’의 각오를 공고히 한다. 그리고 많은 ‘건너옴’과 ‘건너감’ 사이에서 “그 마음이 내 마음으로 건너올 때에는 무한dB”(「소음측정기」)라고 하면서 마음의 움직임을 강조하고 있다. 마음은 그러하다. 늘 길을 잃고 체념하고 젖어 있다. “내가 알았던, 나를 알았던 이전의 모든 것들 또한/꽁꽁 얼어버”(「통화권 이탈」)리는 걸 가장 먼저 느끼게 되는 게 마음이다. 그리고 마음은 “순백의 평화/순백의 위안/순백의 작별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걸”(「자작나무 숲에 들다」) 다 받아낸다.
생각지도 못했던 별별의 생각들이 신생의 별을 꿈꾸며 재깍이는 초침 소리 따라 어둠의 길을 헤치고 상상이 상상의 꼬리를 밟다가 가물거리다가 밤새워 동그라미 지는 별, 그 안에 갇혀버린 퇴행성같이 희미해진 꿈의 소외감을 위하여 별별 생각에 잠겼다가 화들짝 깨어났다
-「입장(立場)」 부분
시인의 몽상 속에서 ‘별’은 매우 중요한 매개물이다. 만질 수 없으나 다시 한 번 만지고 싶은 존재이기도 하고, 그리움의 대상으로 변주되기도 한다. “어느 별자리 옆/아기별의 새 이름표를 달고 반짝거릴 목숨을 위하여/잰걸음으로 조등내건 이팝나무에 오열이 하얗게 번지”는 계절이다. 어느 아기의 영혼이, 어느 사랑하는 이의 영혼이 밤하늘 새 별이 되어 반짝이고 있는가. 현실을 견디는 방법으로 ‘꿈꾸기’를 선택한 사람에게 누가 묻는다면 “굳이 푸른 꿈을 꾸는 까닭을 말하라면/하염없이 네거리를 지나고 서른 번째 정류장을 지나도/여전히 가득한 사랑, 그거라고”(「도다리 한 마리, 소주 두 병?광안리에서」)대답할 것이다. 박숙경 시인에겐 이렇게 ‘사랑’과 ‘그리움’이 가득하다.
가끔, 흐트러지고 싶다는 꿈이 생기곤 했다
꿈과 불안이 함께 자라났다
-「햇빛 이자」 부분
사람의 발자국과 새의 발자국 사이에서
봄의 손목을 잡아당기는 바람
햇살의 지분이 조금씩 늘어났다
여러 아쉬움을 등 뒤에 두고
미세먼지도
은빛 물결도
엷은 햇살도
봄을 피우는 꿈이 한창이다
-「입춘」 부분
시인은 자본주의의 일상을 비껴 자연이 주는 행복감에 몸을 맡기고 있다. 소란스러운 대화나 소음은 불편하다. ‘햇빛’은 ‘이자’나 ‘지분’처럼 세상의 꿈을 키워준다. “불을 켜는 일은 봄 햇살의 의무/뿌리에서 봄눈까지의 불편한 소통을 해결하는 방법은/정무적 판단이 아닌/고도의 전략”(「폭탄 돌리기」)이었기에, ‘햇살’은 따사로운 느낌과 함께 평화롭고 사사로운 생각들을 길어 올리게 해준다.
인간이 자연을 통해 반성하고 성찰한다는 것은 개인의 미적인 체험에 의해서 가능하다. 시인에게 있어 꽃과 나비 등, 생물들의 현상들은 사건이며, 시는 미적 경험이 감성을 건드려 발생하는 언어의 사건인 셈이다. 자연의 운명은 시인의 감성에 의해 새로운 운명으로 탄생한다. 시인은 끝없이 자연의 사건들에 개입하며 그 순수성에 자신의 체험들을 덧입힌다. 자연이라는 주체는 깨져버리고 시인이 만든 세계는 남게 되는 것이다. 세상은 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똑같이 돌아가고 있는데 시인의 마음이 슬픔과 아픔을 만들어낸다. 산다는 건 언제나 크고 작은 사담(私談)들의 연속이다. 그것들이 고통과 슬픔의 무늬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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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Introduction
Table of Contents
시인의 말 제1부 로그오프 13 폭탄 돌리기 14 미스킴라일락 16 고양이는 고양이 세수 중 18 고비 20 그 사이에 22 사월 24 알밤 깎기 26 어떤 몰두 28 가뭄 30 카페, 세렝게티 32 행복한 일 34 소음측정기 36 반달 38 제2부 빨간 목요일 41 사북에서 42 생의 뒤 페이지를 스캔하다 44 겨우살이 46 햇빛 이자 48 날아라 캥거루 50 통화권 이탈 52 자작나무 숲에 들다 54 열대야 56 오래된 선풍기 58 천 개의 문 60 파장(罷場) 62 도다리 한 마리, 소주 두 병 64 맛있는 말 66 제3부 쪽동백꽃 지다 69 이팝꽃 70 군자란, 꽃대 밀어 올리다 72 등꽃 74 별을 만지는 방법 76 입춘 78 반의반 80 가을, 장 보기 82 꽃무릇 84 북대암에서 86 우포의 달 88 꽃기린 90 풍경을 마시다 92 왜목에서 94 제4부 페달을 밟으면 97 입장(?場) 98 양떼구름 100 풍경 쉐이크 102 부석사에서 104 소리의 무늬 106 꽃자리 108 해돋이 110 햇살을 삼키다 112 코스모스가 있던 자리 114 대견사에서 116 와온에서 118 초설 120 달빛 소나타 122 해설 떠도는 사담(私談)들을 건너 꿈에 닿기 123 /박서영(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