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재 신채호의 주요 작품을 비롯하여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작품까지 논의의 대상으로 삼아 단재 소설의 문학적 간극에 대한 구체적인 해석의 근거를 마련하고자 집필한 책이다. 총 4부로 구성되었다.
1부는 단재 소설 전반에 대한 개관으로서 근대와 탈근대의 충돌과 접합 속에서 일어나는 소설의 이행 양상에 대해 검토하였다. 2부에서는 망명 이후 소설에 나타나는 카니발 상상력의 미학적 성취들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어서 3부에서는 인물들의 내적 갈등들을 통해 단재 소설의 창작 동인을 논의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4부에서는 루쉰 소설과 관련하여 두 작가의 노예성 비판 문제에 대해서 비교 검토하고 있다.
단재(丹齋) 신채호(申采浩, 1880∼1936) 선생의 지사적인 면모가 우리 근대사 연구에 정신적인 뿌리가 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는 식민지 현실을 극복하고 주체성을 찾는 과정 속에서 유학에서 아나키즘까지 광범위한 사상을 체화하고 이를 실천적인 삶의 동력으로 삼았다. 그는 여러 사상과 조우하였지만 인간이 사상의 노예가 되는 것을 경계하고 스스로 ‘주의’주의자가 되는 것을 거부하였다. 사상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현실개혁을 위한 실천적 삶으로 드러나는 것이라 보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유로운 정신적 투쟁에도 불구하고 단재가 오랫동안 ‘주의’의 담론 속에 갇혀 있었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아(我)’와 ‘비아(非我)’
단재는 ‘아(我)’와 ‘비아(非我)’는 고정된 실체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건설과 해체, 전복의 순환 속에서 새롭게 구상되는 것으로 보고 끊임없이 새로운 ‘아’를 구축해 나간다. 변화와 역동 속에 놓여 있는 이러한 단재 정신은 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독자적인 소설 세계로 구축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는 역사전기소설 등을 통해 문학의 효용성을 구가하는가 하면 고통을 넘어서는 웃음과 해학의 풍자기법을 통해 폭력적이고 권위적인 현실을 파기하기도 한다. 이러한 문학적 성찰은 근대에 대한 기대에서 출발하여 탈근대의 문제의식까지 내포하고 있는 광범위한 것으로서 사상적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미학적인 면에서도 단재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주요한 작품들이다. 특히 단재는 누구보다 자신의 삶 자체를 반영하는 실천적이고 현실적인 문학 행보를 이어갔던 만큼 그의 소설에 대한 탐구는 작가정신을 재구명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따라서 <단재 신채호 소설 연구>(소명출판, 2015)는 ‘문학가 단재 신채호’를 구명하고 이를 토대로 그의 문학적 성과와 함께 ‘인간 단재’를 이해하고자 하였다. 이는 그의 사상 역시 문학의 장 안에서 새롭게 논의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일이며, 이는 곧 ‘주의’의 허구를 비판해 왔던 단재 문학의 본령을 되찾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단재의 주요 작품을 비롯하여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작품까지 논의의 대상으로 삼아 단재 소설의 문학적 간극에 대한 구체적인 해석의 근거를 마련하고자 하였다.
1부는 단재 소설 전반에 대한 개관으로서 근대와 탈근대의 충돌과 접합 속에서 일어나는 소설의 이행 양상에 대해 검토하였다. 구한말 유교 교육의 체화, 그리고 근대에 대한 기대와 좌절을 경험을 한 단재는 필연적으로 주체화 모색에 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으며 이러한 가운데 다양한 문학적 시도들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의 소설은 퇴행적인 과거에 대한 향수에 머물거나 이상적인 민족을 환기하는 데에 국한되지 않고, 근대에 대한 고민과 반성 속에서 변화와 반목을 지속하고 있다. 이는 그의 문학 활동이 어느 한 ‘주의’로 환원될 수 없는 당대의 긴박한 실천적 운동으로서의 문학적 모색이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2부에서는 망명 이후 소설에 나타나는 카니발 상상력의 미학적 성취들에 대해 살펴보았다. 단재 소설은 망명을 기점으로 변화한다. 망명 전에는 논설체의 정제된 언어를 사용하던 것과는 달리 이후 소설에는 해학과 풍자, 아이러니, 환상성 등 카니발 문학 장치들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한국전통의 가면극 요소를 차용하여 현실의 위기를 해학적으로 극복하는 한편, 민중 결집의 장을 마련하여 제국주의적 세계 재편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본 논의에서는 망명 이후 소설 중에서 서사 구조를 확보하고 있는 작품들을 대상으로 이들 작품 간의 유기적 흐름과 미학적 성취들을 검토해 보았다.
이어서 3부에서는 인물들의 내적 갈등들을 통해 단재 소설의 창작 동인을 논의하고 있다. 단재 소설에는 고아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들은 정신적인 결핍을 보상 받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욕망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꿈을 배경으로 한 서사에서는 인간이 의식과 무의식의 충돌 속에서 자기 극복을 해 나가는 모습이 핍진하게 그려지고 있다. 이들 고아들이 처한 현실은 불운한 가족사를 경험하고 국권 상실 이후에는 사회적 고아로 살아야했던 단재의 현실과 유사한 부분들이 많다. 소설 속의 인물 형상화는 곧 단재 자신의 삶의 문제가 각색돼 나온 것으로서 어디에서도 위로받지 못하는 식민지 망명 지식인의 자기 치유 방식이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4부에서는 루쉰[魯迅] 소설과 관련하여 두 작가의 노예성 비판 문제에 대해서 비교 검토하고 있다. 사실 단재 문학은 동아시아 관점에서 바라볼 때 그 사유의 진정성과 역동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특히 한․중 근대 지식인들의 정신적 고투 과정을 해명하는 일은 긴밀한 지적 전통을 공유했던 두 나라가 새로운 세계질서에 편입되면서 각각 어떻게 독립적인 문학체계로 발전해 가는가를 확인하는 한편, 자본주의 세계 재편 속에서 동아시아 담론의 정체성과 그 방향성을 가늠하는 주요한 일이라 할 수 있다.
단재 소설은 어느 한 ‘주의’로 환원될 수 없는 변화와 반목 속에 있다. 이러한 역동성은 몰락한 사대부집안의 천재이자 식민지 망명지식인으로 살아야 했던 그의 지난한 삶에서 길어진 문학적 탐색이라 볼 수 있다. 그는 ‘주의’를 추구한 것이 아니라 ‘삶’을 추구하였다. 소설에서 형상화된 인물들의 갈등과 반목들은 끊임없이 현실의 위기를 타개해 나가는 문학적 모색이자 결국은 인간적 한계에 절망하고 또 이를 극복해 가는 단재의 자기 혁신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단재 문학의 힘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이처럼 자신의 삶을 실천적으로 사유하면서 우리 존재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답을 찾아가는 인문정신에 있다. 여러 역경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세상의 논리에도 자신을 지키며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고민하는 그 생명력과 정신력, 이것이 자본의 식민화 속에서 영혼을 잃어가는 시대에 단재 문학이 가진 현재적인 의의와 가치라 하겠다.
<단재 신채호 소설 연구>의 저자 김현주는 단재 소설의 역동성은 결국 몰락한 사대부집안의 천재이자 식민지 망명지식인으로 살아야 했던 그의 지난한 삶에서 길어진 문학적 탐색이라 보며, 단재는 ‘주의’를 추구한 것이 아니라 ‘삶’을 추구하였음을 강조하고 있다. 소설에서 형상화된 인물들의 갈등과 반목들은 끊임없이 현실의 위기를 타개해 나가는 문학적 모색이자 결국은 인간적 한계에 절망하고 또 이를 극복해 가는 단재의 자기 혁신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단재 문학의 힘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이처럼 자신의 삶을 실천적으로 사유하면서 우리 존재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답을 찾아가는 인문정신에 있다고 본다. 여러 역경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세상의 논리에도 자신을 지키며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고민하는 그 생명력과 정신력, 이것이 자본의 식민화 속에서 영혼을 잃어가는 시대에 단재 문학이 가진 현재적인 의의와 가치라는 것이다.
이러한 단재 소설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통해 ‘문학가 단재’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민족 투사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의 단재를 이해하고, 오늘의 삶을 주체적으로 고민할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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