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소설들을 통하여 윤리와 정치의 합일을 꿈꾸는 책. 2000년대 발표된 한국소설들에 대한 비평서로, 저자인 김남혁은 윤리와 정치라는 두 개의 개념을 통해 2000년대 소설을 살펴본다.
1부의 글들은 윤리와 정치라는 키워드를 통해 본 비평서의 전체적인 얼개를 마련한다. 2부의 글들은 개별 작가들에 대한 작품론이며, 3부의 글들은 좀 더 작은 개별 작품들이나 소설집에 대한 리뷰들이다. 여느 문학 비평서와 다르게 많은 각주들이 활용되어 있으며, 각주를 통해서 본문과 연결되면서도 본문을 대체하는 다른 견해들을 인상 깊게 제시하고 있다.
2000년대 소설은 기존의 관념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는 점에서 볼 때 이전의 소설들뿐만 아니라 소설이라는 장르 자체의 문제의식을 큰 틀에서 공유하고 있지만, 그 문제의식을 무거운 고뇌로 포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그렇기에 2000년대 발표된 많은 문학 작품들은 현시대적 상황들에 대해 선명하고도 거대한 부정보다는 다른 배열과 독특한 재배치를 상상하고 끝내 사랑이라는 대안을 조심스레 검토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여기서 문학들이 제시하는 사랑은 윤리와 정치가 서로를 배척하지 않는 다른 미래를 만드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나는 이해한다. (책머리에)
2000년대 소설들을 통하여 윤리와 정치의 합일을 꿈꾸는 책 <차연의 윤리와 사건의 정치>(소명출판, 2015)가 출판되었다. 이 책은 2000년대 발표된 한국소설들에 대한 비평서로, 저자인 김남혁은 윤리와 정치라는 두 개의 개념을 통해 2000년대 소설을 살펴본다.
1부의 글들은 윤리와 정치라는 키워드를 통해 본 비평서의 전체적인 얼개를 마련한다. 2부의 글들은 개별 작가들에 대한 작품론이며, 3부의 글들은 좀 더 작은 개별 작품들이나 소설집에 대한 리뷰들이다. 여느 문학 비평서와 다르게 많은 각주들이 활용되어 있으며, 각주를 통해서 본문과 연결되면서도 본문을 대체하는 다른 견해들을 인상 깊게 제시하고 있다.
차연의 윤리
윤리는 누구와도 쉬이 공유되기 어려운 단독적인 문제들을 사유하게 하는 술어이다. 그렇기에 윤리라는 개념을 통해서 보편성은 의심받게 되고, 타자성은 부각된다. 이를테면 윤리라는 술어를 통해 이끌려 나오는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간에 내가 인정하지 못하는 다른 것들을 나는 어떻게 환대(자크 데리다가 주창한 개념으로, 낯선 이에게 따뜻한 자리와 음식을 내주는 것처럼 타자를 도덕적 공동체로 초대하는 행위)할 수 있을까? 환대할 수 없는 것들을 환대한 후, 마침내 그것을 환대했다고 생각하는 일은 이른바 자기기만의 판타지가 아닐까? 이러한 기만 속에 또 다시 타자의 단독적인 특성이 은폐되는 것은 아닐까? 환대란 결국 완성이 없는 것일까?
차연이라는 개념에서 알 수 있듯이, 윤리와 연결되는 질문은 이처럼 답변을 뒤로 미루며 계속해서 우리에게서 질문을 도출시킨다. 2000년대 소설은 나와 다른 타자의 단독성을 존중하며, 그러한 단독성을 거대한 보편성으로 억압하지 않는다는 데 공통된 특징이 있다. 당혹스러워 보일 정도로 이전 시대의 미학에서 벗어나 있는 2000년대 소설들의 미적 갱신은 이처럼 윤리에 대한 끝없는 질문들을 통해 수행된다.
사건의 정치
정치는 다른 무엇이 아니라 바로 윤리에 대한 질문이다. 다시 말해서 정치는 2000년대 소설들이 윤리라는 지난한 문제들과 대결함으로써, 역설적이게도 소홀해질 수 있는 문제들을 살펴보기 위해 선택된 술어이다.
이 술어를 통해 이끌려나오는 질문들은 이렇다. 나와 다른 타자의 단독성을 환대할 수 있게 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환대를 개인의 심성과 관련시키지 말고 바로 그러한 심성에 영향을 주는 특정 시대의 담론과 제도의 문제로 확대할 수는 없는 것일까? 환대의 조건들과 윤리의 조건들은 액체근대, 제국, 부채사회 등으로 설명되곤 하는 이 시대적 상황 안에서 어떻게 사유되고 실천되어야 하는가? 즉 본 비평서에서 정치는 윤리가 보편성 또는 정치에 대한 냉소적이고도 세련된 거부가 아닌지 점검하기 위해 요청된다.
윤리와 정치를 동시에 사유하기
윤리와 정치는 2000년대 소설들이 ‘소설’이란 장르를 갱신하고 더 나아가 세계를 이해하도록 하는 공통된 목적을 지닌 두 개의 방법론이지만, 둘 사이의 합일점을 손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정치적이고 거시적인 자리에서 볼 때 윤리적이고 미시적인 실천들은 애초부터 정치적 실천의 가능성을 부정하거나 두려워하는 기만적인 개인주의의 모험으로만 보이며, 반대로 윤리의 자리에서 볼 때 정치는 개인들의 이질적인 차이들을 억압하는 기제에 둔감한 전체주의의 사본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리 없는 정치는 제도에 갇히게 되고, 정치 없는 윤리는 자아에 갇히게 된다.
본 비평서는 정치와 윤리가 서로를 배척하지 않으며 더 나아가 둘 사이에서 신의 은총과도 같은 합일의 순간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방법들을 2000년대 소설들을 통해 사유해 보려는 하나의 시도이다. 이 책을 통하여 정치와 윤리가 하나가 되는 그 순간들을 미리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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